
내 사이트


걱정말아요 그대
@LemonaTea15
레모나티
* 가비지 사운드 × 양키(조폭)
* 연령반전
* 유혈 표현 주의
솔직히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처음 보자마자 한단 소리가
"내가 할 소리는 아이긴 한데.... 노래 그렇게 부르는 거 아이다. 고음에 쫓기지 말고 니가 얹어야제. 쥐어짜지 말고 음을 얹어라."
였으니.
"....? 뭐야. 누구신데요?"
"내? 내 여그 관리자."
"....진짜로 댁이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요."
"그렇제? 그케도 내 지짜 아까워가 참견 좀 했다. 닌 분명 여유롭게 부를 수 있을기다."
"저 아세요?"
"아이? 그치만 들어보이 감이 오드만. '임마가 기깔나게도 노래를 부르겠구마~.'하는 감이."
"도 안 믿어요."
"사이비 아이다. 옥장판도 아이고 정수기도 아이다."
"보험 안 들어요."
"아, 고게 있었고마. 것도 아이다."
놓친 걸 짚어줬다며 키득이며 익숙하게도 막대사탕을 까서는 입에 문 상대는 나를 보더니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내민다. 물래? 아니요. 그래. 이따 무라. 들을 것도 아니면서 대체 의견은 왜 물은 건지. 멋대로 손에 막대 사탕을 쥐여주고는 손을 흔들며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아, 참. 니, 니는 여그서 암때나 노래 불러도 된다. 관리자 특별 우대 서비스 해줄 테니 맘껏 연습해라."
나가기 전에 헛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걸 왜 댁이 정하는데요?"
"니 팀메이트한테도 일러뒀다. 그래도 두 시간 전에는 미리 말 좀 해 도. 세팅하게."
"아니, 그러니까 왜 멋대로..."
"그냥. 그냥 그카고 싶어가 그랬다. 좀 편하게 맘껏 부르라고."
그럼 내 간데이~. 손을 팔랑이며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소낙비처럼 한 순간에 왔다 자리를 떠난 상대를 보며 그 때 당시에는 정말 기가 찼었다. 부산에서 찾은 꽤 분위기 좋고 설비도 괜찮은 라이브 펍이라서 좋아했더니만, 관리자란 사람이 좀 이상한 것 같아서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싶었다. 이 펍이 집과 가깝다는 것과 더불어 무(無)조건으로 공연을 잡아준다는 이점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음악에 일생을 쏟는 사람들이 아닌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지금의 밴드 맴버들은 마치 자신들이 갑인 것처럼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엄청난 조건에 신이 나서 다른 곳보다는 그 펍을 자신들의 거점마냥 일정을 잡아댔다. 그래봤자 할 수 있는 곡이 얼마 없으니 얼마 안 가 나가떨어졌지만. 펍에 이틀에 한 번, 삼 일에 한 번씩은 꼬박 나와 공연 도장을 찍고 있으니 펍의 직원들도 저들을 알아보고 살갑게도 웃어 보이며 인사해주었지만, 꽤나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와 소재 고갈로 공연보다는 술을 마시러 오는 날이 점점 늘어나니 직원들이 종종 한 곡 뽑아달라며 몇 없는 펍 내 고객들과 함께 바람을 잡아서. 그럴 때나 종종 한 잔 얼큰하게 걸친 채로 모두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저번에 한 그거 틀어주이소!!"
"그게 뭐꼬?!"
"그 있잖아, 그거~ 막 쟈가장~~ 해가~~"
"뭔 노랜지 하나도 모르것네! 기냥 당장에 되는 거나 한 곡조 뽑을테이 함만 봐 도~."
"오오오~~! 보소! 이 아이씨네 밴드가 한 곡 뽑아준다카네예! 다들 박수~~!!"
와아~! 짝짝짝짝-.
술 때문에 시뻘건 얼굴로 드럼에 앉아 스네어와 하이햇 위치를 잡으며 능청떠는 드러머와, 곡 요청하는 바텐더로 인해 다들 간단하게 펍에 비치되어 있는 악기들을 잡고는 가볍게 노래를 연주하니 홀에 있는 모두들이 술을 홀짝이며 흥겹게도 리듬을 탄다. 하도 많이 연주한 탓에 귀에들 익은 건지 노래를 같이 흥얼거리는 사람들 덕에 조금은 편안히 연주하고는 박수를 뒤로 하고 무대를 내려오려 하는데 들려오는 음성이 발을 잡아챈다.
"보소, 티삼스의 '매일 매일 기다려' 신청 가능합니까."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갔는데 하필 신청곡을 요청한 그 사람은 자길 이 곳의 관리자라 소개했던, 갈색의 앞머리가 꽤나 덥수룩하게 눈을 가리는 이라서 반사적으로 미간이 잠깐 찡그려졌다. 하지만 아직 무대 위이기 때문에 빠르게 표정을 관리했다.
"오? 어려뵈는데 그 노래를 아십니까?"
"이래뵈도 동안이어가. 그라고 복×가왕에서도 나왔다 안합니까."
"하따, 마! 우리도 봤제!! 하도 기깔나가 연습은 해뒀다보이 해주고 싶긴 한데 우리가 쪼까 맨정신이 아니어가... 우리 뱅찬씨도 술 쪼까 들어가가 목이 괘안을란가 모르것네예."
"그거 아이면 '라젠카'나 '하여가'도 괘안고요. 음악×장도 불렀던 셋 중에 한 곡 완창하면 내 여기 한 잔씩 싹 다 돌릴께. 주종 안 가리고 각자 먹고픈 걸로다가."
"오? 뱅찬씨, 우뗘? 가능하것소?"
이렇게 판을 깔아주는데 뺄 수는 있겠어? 마치 그렇게 묻는 듯한 웃음을 흘리는 관리자를 보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중얼이며 씨익-. 이를 보이며 웃어보였다.
"어디 한 번 가보죠. Lazenca."
도발 할 테면 도발 해 보던가. 다 꺾어 버릴 테니까. 그런 의미를 담아 웃어 보인 것이 꽤나 마음에 드는 것인지 상대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한다. 한 때 TV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너도 나도 노래방에서도 불러 제끼던 노래. 저라고 못 해낼 리가 없지. 수 없이 많이 들었던 반주를 연주하며 음×대장이 부르던 것처럼 초반부터 음을 끌어 모아 소리를 질렀다. 결과는 대 성공.
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관리자는 배부른 고양이 같은 얼굴로 잔을 돌려놓고는 내 옆에 털퍽-. 앉아 그 열불나는 주둥아리를 나불댔다.
"갑작스런 요청이어가 퀄리티는 딱히 안 바랐는데, 그케도 노래는 꽤나 괘안았다. 아직 본 실력의 60%밖에 출력되지 않은거 같은디.. 그건 뭐, 술 마셨으니께 그렇다고 해주께. 거 음 좀 우에다가 얹는 느낌으로 부르라카니까 고집 부리지. 더 화끈하고 맛나게도 불러 제낄 수 있는 거를."
"하.... 대체 왜 이렇게 추근덕 대는데요. 그리고 대체 왜 반말해요?"
"내보다 니가 어리니까 반말하제. 그라고 니 음악이 좋으니께. 니는 거 좀 겁먹지 말고 화끈하게 불러라."
"몇 살인데요?"
"내? 들으면 놀랄낀데."
내 몇 살로 보이드나. 닌 스물 다섯이제? 바로 나이를 맞추는 상대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며 나이를 가늠해보지만... 솔직히 잘 쳐 줘도 이제 스물로만 보인다.
"스물 셋?"
"하하! 내 안 죽었네. 아그들아 들었나. 내 아직 스물 셋으로 보인댄다."
"하이고~. 얼라로 보이는 게 그래도 좋습니까?"
"한창때로 봐주는데 니는 안 좋겠나."
"당연히 좋죠."
"그체?"
키득키득, 웃어 보이며 주머니를 뒤지더니 지갑에서 무언갈 꺼내 툭-. 내 앞으로 내민다. 뭔데, 이건? 대체 얼마나 나이를 먹었길래 저런 반응인가 하고 집어 드니 그것은 운전면허증이요, 이름은 기 상호...기씨라, 특이하네. 나이는.... .............?
"와. 안 믿기나. 내 그케서 운전면허증 보여 주는 긴데."
"...아니. ......? 진짜....?"
"니도 안 믿기제? 내도 저거 위조 아인가 열심히도 따져봤는데 위조도 아이드라."
"....거짓말...."
"내 여그 처음 부임한 날 기억나네. 임마들이 지들 대가리도 못알아보고 '고삐리가 어델 여 오는기가!' 하믄서 내테 호통쳤제..."
"아주 그냥 사골을 뽑아 드시네, 사골을 뽑아. 아 거 귀에 딱지 않것소! 사람이 거 좀 착각할 수도 있제..."
꿍얼거리는 직원을 보며 키들이다 관리자는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을 꺼내서 입에다 물었다. 그러고는 이번에도 나를 보며 막대 사탕을 내미는 것에 떨떠름한 얼굴로 사탕을 받아드니 바로 옆에서 아! 내한티도 안 주는걸 와 점마한티 주는데예! 내도 사탕 도!!! 걸걸한 음성의 앙탈을 들으며 낄낄 웃은 관리자는
"그럼 니도 임마 만큼 노래 해 보던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잘 했다는 듯이 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아~ 햄아! 니 또 어데 가는데!! 소리 지르는 직원에게 뒤도 안 돌아보며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나가지만.. 빨간 스카쟌을 입고 그렇게 팔랑거리니 영락없이 겉 멋 든 애×끼로만 보인다. 하지만 확실히 면허증 속의 사진은 지금보다 조금은 더 둥글고 앳된 얼굴이었고...
'눈물점 있던데.'
지금의 관리자는 사진보다 앞머리가 덥수룩 해, 눈 대신 앞머리를 보느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아이홀이 깊다는 것도. 사진은 참 앳되지만 똘망하고 날카로워 보이던데... ....? 내가 미쳤나. 저 사람 생긴 걸 뭘 이렇게 생각 하는 건데. 아무래도 술기운이 확 오르는 것 같아서 직원 분에게 부탁해 냉수 한 잔을 받았다. 괜히 알지도 못하면서 고나리질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며 받은 냉수를 벌컥벌컥, 한 번에 들이켰다.
라는 일이 불과 일주일 전에 있었건만, 그놈의 관리자는 나를 보기만 하면 뭐가 그리 즐거운 것인지 실실 웃으며 내옆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오늘은 노래 안 하나."
"네."
"아깝구로... 노래 듣고 싶어가 라이브 시간마다 이래 기웃대고 있는 긴데."
"다들 시간이 바쁘대요. 직장인 밴드라 어쩔 수 없죠."
"솔로무대는 으떻나. 닌 솔로로 서도 잘 할 거 같구마."
"제가 솔로는 무슨..."
피식, 웃으며 모히또를 마시고 있자니 관리자는 내 머리를 파바박, 헝크린다. 무, 뭐야?
"쫄지 말라카니께 이것도 말 안 듣제. 내 말헸제? 여그를 연습실마냥 써도 된다꼬. 그게 점마들도 기뻐할기다."
비어있는 무대를 턱 끝으로 가리키면서 말하는 것에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꽤나 분위기는 좋은데 우리 밴드를 제외하고는 딱히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 라이브 하는 사람도,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도 적어 한적한 펍. 그런 것 치고 비치되어 있는 앰프나 드럼, 기타들은 자주 구성되는 코드 위치의 넥 칠이 살짝 벗겨져 있긴 하지만, 줄도 주기적으로 갈아주고 하는 건지 잘 손질되어 있었다. 누가 훔쳐 가면 어쩌려고 고가의 기타들이 비치되어 있는 건지. 그 전에 보통 손을 탄 게 아니던 기타들이 조금은 아까워서. 결단코 관리자의 말에 홀린 게 아니라! ....진짜로 아깝단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손목에 걸고 있던 검은 고무줄로 머리를 묶고는 무대에 섰다.
"근데 이 기타들, 맘대로 써도 돼요?"
기타의 넥 뒷부분을 조심스레 손으로 쓸어보며 관리자를 바라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엉. 쓰라고 둔 거니께."
"그럼 조금만 쓸게요."
끈 길이를 조정하고 머리에 달려 있는 조율기로 기타를 튜닝하고. 가볍게 손을 풀고 아아-. 마이크 테스트를 가볍게 하니 관리자가 마이크를 조정해주었다. 충동적으로 올라오긴 했는데 무슨 노래를 해야 할까. 잠깐 고민하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가볍게 신해철의 '민물 장어의 꿈' 코드를 짚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첫 소절을 시작하니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관리자가 앉아 손끝으로 리듬을 탄다. 노래가 끝나니 박수를 짝짝짝-. 그리고 한다는 말은
"'질풍가도' 할 줄 아나."
밑도 끝도 없는 신청곡에 기가 차서 허..! 웃어 보이니 씨익 웃어 보인다.
"하면 내 술 사주께."
"콜. 무르기 없음이예요."
"오야."
공짜 술을 어떻게 참겠어. 또 이런 딜 못 걸게 아주 그냥 탈탈 털어 마셔 버릴 테다. 음악×장 광팬인 줄 알았더니 그냥 단순히 소리 좀 지른다 싶은 노래들로 저를 엿 먹이려는 것 같아서 그 도발에 응해주었다. 질풍가도, 그거 껌이지. 코러스 부분을 관리자가 불러주는 것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신나게도 소리 지르고 무대에서 내려오니 장내의 모두가 박수를 치며 앵콜! 앵콜! 그러고 외쳐댄다. 겨우 그거 잠깐 불렀다고 예열 다 되서 살짝 더운 느낌에, 잠깐 기타를 내려놓고 날이 추워 입고 있었던 가디건을 벗어 관리자한테 던져주었다.
"거기 MP3에 MR 있거든요? 그것 좀 틀어 줘봐요."
"오? 젊은 아가 폰으로 안 통일하고 엠피도 들고 댕기나. 뭐 부를 낀데?"
"아저씨가 저번에 찾던 그거요. '하여가(何如歌)'. 음악×장 버전으로."
"콜."
그리고 기타를 다시 매고는 준비가 다 됐다는 표시로 관리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니 손으로 3, 2, 1 카운트를 해주며 MR을 틀어준다. MR 속 하이햇 소리에 맞춰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니 관리자가 사방이 뻥 뚫린 스탭룸 속에서 코러스를 부른다. MR과 기타 사운드에 묻혀 자세히 듣지 않으면 모를 작은 소리건만 바로 눈앞에 호응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꽤나 즐거워서 결국 저번에 요청받았던 '매일 매일 기다려'까지 화끈하게 뽑고 내려왔다. 완전한 밴드로 하는 음악은 아니어도 MR반주에 맞춰 연주하며 노래하는 일은 자주 했기에 아쉬움보다는, 간만에 신나게 소리 지르고 내려왔다는 데서 기인하는 개운함과 즐거움이 한가득인 무대였다.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에 화장실에 가서 가볍게 물로 세수를 하고 와서 바 테이블에 앉으니, 관리자가 스카쟌을 벗고 앞치마를 맨 체 바텐더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 좋은 거 들었응께 매뉴 불러봐라. 다 만들어주꾸마."
"바텐더 겸업이었어요?"
"아이? 야맨뎅."
"....."
"와 이리 못 미더운 눈으로 내를 보고 그르나. 이래뵈도 꽤 호평 좋은 야매 바텐더다만?"
"야매인 시점에서 못미더울 수밖에 없지 않아요?"
"그르지 말고 함 무보고 말해라."
그래도 야매라는데 의심이 안 갈 수는 없어서 아까 마셨던 무알콜 모히또를 먼저 주문해봤는데... 오? 의외로 태가 좀 난다. 자주 안에 들어와서 칵테일을 만들어 본 것인지 헤매는 일 없이 물 흐르듯 챡챡 섞어서 내미는 걸 마셔봤는데, 어째 아까 마신 것보다 더 맛있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눈이 땡그래진 것인지 씨익 웃으면서
"어때. 내 손 맛 좋제?"
그리 자신만만해하니까 괜히 '아, 이건 좀 어려운데.'소리가 듣고 싶어져서 이것저것 칵테일을 주문했다. 어차피 술 산다고 한 건 저쪽이고? 난 그 딜에 응했을 뿐이고?? 그렇게 한 잔, 두 잔 쭉쭉 마시다보니 올라오는 술기운에 알딸딸한 정신으로 말문도 트이고. 그러다가 헉!!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르는 천장이다. 와... 모텔이나 호텔은 아닌 거 같은데 여기가 어디지? 침대 위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고 나와 현 위치 확인을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베란다가 있다. 베란다로 가보니 의자에 앉아 탁상에서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관리자 형이 보인다. 나름의 배려인지 베란다 문을 닫아둔 채 밖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담배를 물고 있는 형도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부스스한 까치집에 양아치 흉내 내는 애×끼같던 스카쟌 대신 검은 목폴라에 니트 가디건을 걸친 모습을 보니 꽤나 신선하다. 저렇게 입을 줄 아는 사람이 왜 펍에는 항상 새빨간 스카쟌을 걸치고 오는 건지. 담배를 거진 다 피운 것 같아 똑똑, 베란다 문을 가볍게 노크하니 저를 보더니 바로 담배를 탁상 위 재떨이에 비벼 끄고 손을 휘휘 저으며 담배 연기를 흩트린다. 한참을 열심히 손을 휘휘 젓고 제 옷을 잡고 팔랑이고는 마무리로 탈취제까지 칙칙-. 좀 유난이다 싶게도 냄새를 빼고 베란다 문을 연 형이 입꼬리를 당겨 웃어 보인다.
"벌써 인났나. 속은 괘안나?"
"네, 괜찮아요. 여기 형 집이예요?"
"오야. 내 아지트제."
"아지트치고는 뭐가 별로 없던데..."
"이정도면 충분하제 뭘..."
아지트란 말에 아까 본 방 안 풍경이나 거실 풍경을 떠올리며 말하니 입을 삐죽인다. 그치만 CD들 조금이랑 컴퓨터, 헤드셋 말고는 뭐가 없더만. 거실도 구색에서 소파 추가된 게 끝이고.
"근데 형, 흡연자였네요."
"그냥 가끔가다 한 두 대 피우는 기다. 아예 끊지는 못하것드라."
"그래서 막대사탕 갖고 다니던 거였어요?"
"그체. 입이 심심하니까."
"헤에~. 그냥 사탕 좋아하나 싶었는데. 형 좀 의외네요."
"맞나."
"네."
"아, 옷은 그대로 입고 자면 찝찝할 거 같아가 내테 빌린 건 기억하제?"
"필름 안 끊기는 타입이거든요?"
"맞나. 내 형이라 카는 거 보믄 니 말이 맞는 거 같네. 아무튼, 맞아뵈는 옷 대충 껴입고 밥이나 무러 가자. 내 여서 젤루다가 맛난 국밥집 안다 아이가."
"오, 기대해도 되는거죠?"
"하모. 잔뜩 기대해도 된다잉."
장난스레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옷을 나눠주고는 건조기 시간을 보며 "아따, 먹고 오믄 딱 건조기 시간 되겠네. 완전 타이밍 스페셜리스트아이가." 그리 너스레를 떤다. 이 형, 은근 오버 잘 하는 것 같단 말이지. 맞장구를 쳐주며 옷을 갈아입는데... 내 체격도 썩 작은 편은 아닌데 빌려준 옷이 꽤나 낙낙한 것이 참 신기한 느낌이 든다. 뭔가 나보다 체구가 작을 것 같았는데... 정작 옷을 갈아입고 나가보니 형은
"오, 옷이 꽤 맞네. 이야, 몸 관리 열심히 한기가!"
이런 태평한 소리나 하고 있다. 두고 봐라. 더 관리해서 놀라게 만들어주고 만다. 앞장서는 형을 쭐래쭐래 따라 차를 얻어 타고 국밥을 먹으며 해장하면서 잠깐 국밥논쟁-아, 국밥 그래 먹는 거 아인데-을 벌이고 들어오니 건조기도 다 돌아가서 옷도 뽀송하게 잘 말라 있었다. 원래의 내 옷으로 갈아입고 차로 집 근처까지 바래다 준 형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자취방으로 들어오고 나서 문득, 집 안의 냄새와 지금 입은 옷의 냄새가 꽤나 달라 괜히 옷을 잡고는 킁킁-. 냄새를 맡아봤다. 포근포근한 코튼향, 하나도 안 어울리는 냄새 쓰네, 이 형은. 갭 차이 뭐야. 피실피실 새어나오는 웃음에 침대로 냅다 다이빙하고는 멍하니 관리자 형을 떠올렸다. 첫인상은 진짜 최악, 최저였지만 막상 대화 나눠보고 하니까.... 응. 좀 괜찮은 형인 거 같지? 공연도 맘껏 해도 된댔고 나 혼자서도 해도 된댔으니까 진짜 마음대로 해야지~. 오예~!
* * *
하루가 멀다하고 가서는 기타가 치고 싶을 때는 기타를, 오늘따라 슬랩이 치고 싶다 싶을 때는 베이스를-. 이런 식으로 키보드도 드럼도 치면서 혼자서도 잘 놀아요~ 하고 있는 동안, 관리자 형은 주에 두어번은 얼굴을 비췄다.
"하따~. 마. 니 지짜 여길 연습실로 쓰고 앉았네."
"형이 그래도 된다면서요~."
"맞다. 임마들이랑 간만에 놀아줄 사람 생겨가 보는 내가 다 흐뭇하고 그카네."
"형은 은근 악기를 살아있는 걸로 보네요."
"니는 그런 것도 모르나. 임마들은 밤이 되면 본래 정체인 악기로 돌아가고 낮에는 사람맹키로 돌아댕기고 그칸다. 완전 꼬××비 낮버전이다 안하나."
".....?"
"니 ×비꼬× 모르나? 백두무궁 한라삼천! 이카는 거!"
"........?? 쎄쎄쎄?"
관리자 형이 하는 양이 꼭 쎄쎄쎄 같아서 되물으니 충격이란 얼굴이었다. 그래봤자 긴 앞머리 때문에 인상이 흐릿하지만.
"........... 알따. 적어도 오래된 물건에는 영혼이 깃들어가 요괴나 신령 되는 것 정도는 알제?"
"................????"
"츠쿠모가미도 모르나. 하... 이래서 갓반인이란. 국산도 외국산도 다 모르네."
"그게 대체 뭔데요...."
"있다. 니는 모르고 우리들은 아는 거."
"우리?"
"아, 아인가? 우리 중에서도 반만 알지도 몰겄다. 히야~. 내 어릴 때는 백두무궁 한라삼천!! 하면 같이 해주는 아들 많았는데~~. 드×곤× 퓨전 이전에 태초에 꼬×꼬× 백두무궁 한라삼천 있었다 아이가."
"라떼는 카페 가서 찾으시고요."
"라떼는 말이다~."
"완전 아저씨 같아."
"내 아재 맞구마, 뭘."
키득이며 자연스레 막대사탕을 까서 입에 무는 형한테 "뭐, 신청곡이라도 있어요?"하고 물으니 어깨를 으쓱인다.
"니 드럼 얼마나 쳤는데?"
"글쎄요?"
"드럼이면 그건데. Overnight Sensation"
"오~. 절 죽이시겠다?"
"엄살은. 그거 반짝 빡세게 치는 거 가꼬."
"아~ 몰라요, 몰라. 오버나잇은 노래 불러줄 사람 없으면 안 칠래요."
"이래 뵈도 내도 비싼 몸이어가 꽁으로는 안 부른다."
"허, 형이 무슨."
"왐마. 비웃네? 니 나중에 내 무대 슨 거 보고 반하지나 말그레이."
"형이 무대 서면 그냥 무대 선 사람이지 뭘."
딱히 무대를 선다 해서 바뀔 것 같지 않아서 피식 웃으니 관리자 형이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러고는 장난 끼 가득하게 입매를 말아올리며 입을 열었다.
"임마가 까부네. 사람이 허세도 좀 부리고 그래 사는 거 아이겠나. 고걸 꼭 트집 잡아야것나."
"에이, 허세 부릴 거면 실력을 보여주고 부려야죠."
"실력을 뻥튀기 할라꼬 허세를 부리는 긴데 그걸 까발리믄 허세 부리는 이유가 없제."
"안 넘어오네."
"내가 니보다 먹은 떡국 그릇이 을매나 많은데 그런 거에 홀라당 넘어가것나."
"맞나."
"근데 니, 그거 옮았나."
펍에 사람도 없는 날이 종종 있기에 그러고 무대에서 자주 노닥거리며 놀았다. 아무래도 악기들을 아끼는 거 같아서 관리자 형을 무대로 꼬드겨서 저게 허세인지, 진짜인지 알아내고 싶어서 도발도 해보고, 꼬드겨도 보고. 그치만 이놈의 직장인 밴드는 결국 갈수록 일에 치이느라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해체해 버렸단 말이야~. 혼자 하는 음악도 좋지만 역시 음악은 여럿이서 즐기는 게 재밌는 걸. 그렇기에 밴드 해체 이후에 계속 형을 꼬드겨보고 있었는데-.
"햄드을~! 이 막둥이 기상호, 부상당한 대퇴이두흉쇄유돌척추기립삼두괄약근을 극복하고 한 곡 뽑습니다~!"
"마! 김다! 니 자꾸 그딴 드립 치니까 점마도 저딴 소리 지껄이는 거 아이가!!!"
"오! 님 이젠 다 외옴?"
"ㅇㅇ. 다외움요."
"오~ 아기상호~ 님 좀 치는 듯?"
"훗. 제가 쫌. ^=^ "
"마! 그딴 거 좀 하지 말랬제!! 햄아! 점마들 좀 뭐라 캐라! 백날 천날 저딴 재밋 대가리 없는 소리나 지껄인다!"
"와. 잘 노는 거 보니 보기 좋구마. 그케도 점마들 조용하면 태스이, 니부터가 안절부절하잖나."
"맞다. 성햄 만날 저카면서 쌍오랑 다은햄 저래 안 놀면 눈치 보잖나."
"내, 내가 무신 점마들 눈치를 본다꼬!!"
"야, 야. 좀 조용히 해라. 애가 간만에 좀 논다잖아."
"허. 여그 내 편은 없제? 예이, 예이. 소인 주디 다물겠사옵나이다, 즈어언흐아아."
아, 아. 마이크 체크-. 원, 투, 원, 투. 그리도 열심히 꼬드길 때는 죽어도 무대 안 서던 갈색 머리가 야속하게도 혼자 쏠랑 무대에 올라 마이크 체크를 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라이브펍의 라이브 가능 시간 약 한 시간 전에 부리나케 와서는
"마! 느그들 내가 안 살펴 본다꼬 대충 마감하고 그켓제! 퍼뜩 먼지 닦아라!"
그러고 직원 형들을 갈구며 청소 상태를 긴급히 체크했다. 뭐가 그리 바쁜지 호다닥, 오늘도 노닥거릴 생각으로 기타를 챙겨온 내게 와서는 오늘 하루만 무대 비워 달라 부탁했다. 무대에 안 오르는 대신 공짜 술을 약속하고는 잠깐 위층의 사무실에 다녀온다며 그대로 후다닥-. 한 달음에 뛰어가서는 아까까지 입고 있던 새빨간 스카쟌과 야무지게도 주렁주렁 체인까지 단 블랙진 대신, 핏이 딱 떨어지는 검은 양복으로 갈아입고 온 관리자 형은 덥수룩하던 앞머리도 그 새 만진건지, 은근 성깔 있어 보이는 눈매를 더욱 극대화 시키는 깊은 아이홀이 반깐 머리로 인해 드러나게 되었다.
"뱅차이, 내 괘안나?"
"..? 어?? 어... 네. 괜찮아요."
"맞나. 내 막 안 추레하나?"
"어... 딴 사람 같긴 한데.... 괜찮아요."
"맞나. 휴~."
"햄아~."
처음 제대로 얼굴을 봐서 놀란 제게 잠깐 검사 아닌 검사를 받고 직원의 귓속말을 들으며 그대로 호바바밧-. 밖에서부터 사람들을 모셔 와서는 모델 뺨치게 잘생긴 사람에게 펍 검사를 받고-직원 형들은 관리자 형이 쫀 보람이 없게 결국 잔소리를 엄청 들었다.-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무리들 틈바구니에서 도란도란 대화와 함께 술잔도 오고 가더니 저러고 무대에 올라가서는 마이크부터 체크하는 중이었다. 와... 난 진짜 열심히 꼬드겼는데도 무대 서는 거 못 봤는데. 저 햄들이란 사람들이랑 놀다가 술기운 때문에 텐션 올랐다고 냉큼 무대에 올라가네. 나쁜 형 같으니라고.
"오. 쌍오햄 간만에 실력 발휘 하실라나보네."
"저 형도 공연 뛰고 그래요?"
"공연까지는 아이고... 아무도 없으면 저기서 뚱까뚱까 하던 정도? 사실 저 기타들 다 쌍오햄꺼거든."
"오, 진짜요? 아예 형 건지는 몰랐네요."
"뱅차이 니가 오기 전까진 쌍오햄이 가끔가다 좀 치고 그랬다."
속닥속닥, 바텐더 형의 혼잣말을 시작으로 가볍게 잡담을 주고받는 사이에 마이크 체크를 끝내고 자연스레 잡는 기타는 베이스다. 뭐? 잠깐, 베이스?? 조율 체크하고 사운드도 체크하더니,
"신사~ 숙녀~ 여려분~. 많이 기다려주셨습니다. 제 6회 달밤에 음악에 미친 기상호 연주회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박수~! 짝짝짝짝~."
야무지게 박수까지 호응하는데 이런 적이 한 두 번은 아닌지 저 구린 멘트는 언제쯤 그만두냐며 투덜거리는 한 사람과 나른한 얼굴로 무감히도 무대를 바라보는 한 사람을 빼고 나머지 넷이 박수를 쳐준다. 바텐더 형도, 주변에 있던 다른 직원 형들도 박수를 짝짝짝 치는 것에 같이 호응해서 박수를 쳐주니 잠깐 손 좀 풀겠다면서 베이스로 '반짝반짝 작은 별'을 치는데... 흐음. 그래도 베이스를 좀 아는 사람 같....다고 생각하자마자 삑이 나네. 머쓱한지 실눈을 뜬 채 혀를 빼어 물고는,
"아, 간만에 무대를 서려니까 대퇴이두흉쇄유돌척추기립삼두괄약근에 통증이 느껴져가..."
"마! 니 아까 그거 극복 했대매!!"
"큿... 님! 역시 그 부상은 너무나도 컸던 거임..!"
"맞다!! 햄아 극복했대매~!!"
"우우~ 호하다 추야~!"
"마! 내도 요즘 바빠가 야들 못 데리고 놀았다 아이가!"
처음 본 무리에서 한 소리 하는 사이에 술 말아주던 직원 형도 낑겨서 같이 야유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왁왁대며 변명하고는 다시 침착하게 작은 별을 리플레이 한다. 이번에는 그래도 삑나는 법 없이 나름 매끈하게 치길래 뭐, 그냥저냥 하나보다 싶었다. 씨익 웃으면서 줄을 가볍게 탁, 탁, 탁, 탁. 드럼이 주는 신호처럼 손으로 가볍게 치고는 바로 슬랩을 치며 휘파람을 불기 전까지는-. 슬랩을, 그것도 휘파람까지 불며 치는 걸로도 충격적인데 음×대장 버전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베이스!!!를 그냥도 아니고 슬랩으로 치면서!! 노래까지 부른다. 와, 미×. 미×..! ×친!!!! 심지어 노래도 잘 부르네!!! 안 그래도 귀한 베이스인데 보컬까지 되는 인재라니 이건 배신이야! 턱이 빠져라 떡 벌리며 노래를 듣는 제가 시야에 잡힌 것인지 눈꼬리를 사르르 접으며 웃어 보이면서 노래를 이어가는데.... 시니컬한 얼굴이 정말 즐겁다는 듯이 눈꼬리를 휘며 사근사근하게도 노래를 부르는
그 얼굴이,
그 표정이.
와... 미×.
반할 거 같아.
큰 무대도 아니고 그저 조그만 라이브 펍의, 화려한 조명도 없는 작은 무대일 뿐인데도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반짝반짝-. 그 작은 빛들도 조명이라고 눈에 담겨 한없이도 반짝이는 눈으로 정말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웃으며 노래하는 그 모습은 예기치 못하게 내려 미처 우산을 쓰지 못해 쫄딱 젖게 만드는 세찬 소낙비처럼 한 순간에 내리쳐 나를 흠뻑 적셨다.
* * *
상호형의 무대를 본 뒤로 나는,
"상호혀엉~!"
"상호형아~!"
"행님아~!"
"햄아!!"
"아~아~! 형아~! 진짜 나랑 같이 연주 좀 해달라니까?? 따악 한 곡만!! 응? 한 곡만이라도 제발 해주세요."
눈에 보일 때마다 쏜살같이 옆으로 가서 있는 대로 칭얼대고, 졸라대고 있었다.
"뱅차이, 햄은 디게 바쁘다 했나 안 했나."
"그치만 한 곡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아~."
"하따, 마. 완전 얼라 아이가."
"전에는 스물다섯은 완전 애라면서어~어~! 상호형아아~."
"햄아, 거 한 곡 쳐주고 좀 아 주디 좀 다물라카쇼. 귀 따가버가 죽것소."
"안 돼. 한 곡이 두 곡 되고, 두 곡이 세 곡 된다 아이가."
"치."
"애교 부려도 안 되는 건 안 된다잉."
"형아 나빴어."
뚱한 얼굴로 논알콜 마티니 온 더 락 젓지 않고 흔들어서-를 마시면서, 바 테이블에 턱을 댄 체 무대 대신에 한 잔 말아준대서 외쳤던 마티니를 알콜 없는 버전으로 내놓은-그냥 얼음물이란 소리다.- 무정한 형아를 올려다보면서 열심히 투덜거렸다.
"보컬만 해달라는 것도 안 해줘, 베이스도 안 잡아줘, 마티니마저도 안 줘. 형아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니 그 술도 잘 못 마시는 아가 마티니는 무신 마티니가. 논알콜 마티니 온더락 젓지 않고 흔들어서는 몇 잔이고 말아 주께."
"그니까 냉수 먹고 속 차리란 거잖아. 진짜 너무해. 형, 상호형아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
"맞다. 너무하다. 거 얼라가 이래 조르는데 쪼매만 어울려주지...."
"내는 비싼 몸이어가 꽁으로는 안 해준다카니까."
"얼마야, 얼마면 돼!"
"오~, 니 것도 아나?"
"똑딱에서 봤어."
"그럼 그렇지."
짜게 식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것에 일관되게 뚱한 얼굴로 빤히 바라봐주니 한숨을 쉰다.
"내는 무대 스는 것 보다 뱅차이, 니 노래 듣는 게 더 좋다."
"난 형아가 내 옆에 있으면 좋겠는데."
"내는 취미반이고 니는 전문반이라 끕이 다르다 안하나."
"음악에 급이 어딨어. 그리고 형아 정도면 충분하구만."
"음악만 끕이 있겄나. 사람 사는 것도 끕이 있제."
"와, 상호형아. 그렇게 안 봤는데 급 나누는 사람이었어?"
"끕 나누는 사람이 아이고 나뉘어지는 사람이제. 니캉 내캉은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 농담 따먹기 좋은 가게 사장이랑 손님."
"그런 게 어딨어. 누가 형아를 급으로 나누는데? 내가 혼내줄게. 그러니까 나랑 합이라도 맞춰보자. 응?"
"하이고, 혼 낼 수나 있을랑가 몰겄다."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테이블에 턱을 대고 있는 내 머리를 복복 쓰다듬어준다. 그 손길이 좋아 눈을 감고 얌전히 머리통을 내주고 있는데 들려오는 다음 말은 심장을 철렁이게 만들었다.
"아무튼-. 뱅차이, 좀 섭하게 들리겠지만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겄다."
"벌써 섭섭한 기분인데?"
"씁. 장난칠라꼬 하는 말 아이다."
"알았어~. 무슨 말인데?"
"당분간은 여기 오믄 안 되겄다. 이 말 할라꼬 여 온기다. 쪼까 흉흉한 소문이 들려와가."
"흉흉한 소문?"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소문이긴 한데... 아무튼, 당분간은 여 나오지 말고 연습실 댕겨라."
"당분간이 언제까지인데에~. 나 상호형아 보는 낙에 여기 오는 거 알면서."
"정확힌 내가 세팅해 둔 이 무대 오는 낙이것제."
"들켰나."
"들켰다."
"그치만 이 무대가 좋은 걸 어떡해~."
"이런 쬐매난 무대 좋아해가 우짤끼가. 닌 더 큰 곳에서 놀아야제."
상호형이 이런 소리를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지만 변명이든 투정이든 입 밖으로 그것을 내뱉으면 더 이상 이 곳에 오지 못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기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잘못 말하면 분명 오지 말라는 말에 붙는 말이 '당분간'이 아니라 '영영'일것만 같아서. 영영 못 오는 것 보다야 당분간만 못 오는게 그나마 낫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기에 한숨을 내쉬고는 형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당분간이면 얼마나 못 오는 건데."
"글쎄? 흉흉한 분위기 가라앉으면?"
"그니까 그게 언젠데에~. 나 여기 발길 끊으면 금단 현상 엄청 올 거 뻔하단 말야아~."
"금단 현상까지 갈 기가. 하여간에 엄살은."
"아~ 아~! 엄살 아니란 말야~. 형아아~."
"하따, 고마 보채라. 뱅차이 이거, 완전 다섯살 갓난쟁이 아이가. 니 쿨시크계 아이였나. 이런 떼쟁이 얼라일 줄은 몰랐는디."
"나도 형아가 그렇게 멋있을 줄 몰랐는데."
"하이고, 뱅기는 왜 태워주는긴데."
"와도 될 때 연락 해달라고 태워 주는 거지."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고 키패드 화면을 내미니까 픽 웃는다.
"내 번호 비싼뎅."
"형아, 내 번호도 비싸거든?"
"으하핫! 그체! 니도 비싸 뵈는 몸이제!"
아주 그냥 박장대소를 하며 어깨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웃는 모양새에 다시 뚱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아무한테나 이렇게 번호 하나 따겠다고 수작질 부리지 않거든? 형이 진짜 개쩌는 베이스인 걸 어떡하라고.
"우짤까잉... 주까, 마까."
"아, 형아아~!"
"큭큭, 알따. 주께. 대신에 아무 때나 전화하믄 안 된다잉. 이 햄이 공사가 다망한 사람이어가 전화 잘 몬 받는다."
"그럼 초코톡은? 문자로 보내?"
"초코톡은 된다."
머리를 가볍게 파바박. 헝크리고는 그 큰 손을 휴대폰으로 옮겨 11자 쳐주는 게 난 뭐가 그리도 좋은 건지. 혹시나 다른 번호일까, 확인 전화를 걸어보니 우웅-. 진동소리가 들려오고 뒤에 벗어둔 스카쟌 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화면을 나에게 보여준다. 음. 내 번호 맞네.
"안읽씹도, 읽씹도 안돼요, 형."
"알따. 볼 때마다 답 해 주꾸마."
"그리고 당분간 여기 못 올 테니까 잭콜 만들어주라~."
"논알콜 잭콜 온 더 락 젓지 말고 흔들어서?"
"얼음 든 콜라 말고 알콜 잭콜 온 더 락 젓지 말고 흔들어서로."
"안 통하네."
"아까 마티니로 당했는데 또 당하겠냐고."
"맞나."
"응. 맞아."
그러고는 서로 마주보며 키득키득. 이번엔 제대로 소매 걷어붙이고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상호형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궁금증을 입에 올렸다.
"근데 형아."
"오야, 와."
"형아는 왜 맨날 목폴라에 스카쟌이야?"
"스카쟌 까리하다 안하나."
"딱히...."
"...그렇게 별로가?"
"응."
"맞나...별로가..."
추욱. 기가 죽은 것처럼 어깨도 쳐진 상호 형을 보니 진심으로 멋지단 생각을 하고 그 촌스러운 걸 입고다녔구나 싶어서 패션센스가 조금 의심됐다.
"스카쟌은 간지나서라 쳐도 목폴라는? 저번에 양복 입었을 때도 안에 목폴라는 받쳐 입었지 않아?"
"아, 그거. 뱅차이, 실은 이 햄에는 잊혀진 악마족의 징표가 깃들어 있어가 알아보는 아들 있을까봐 가리고 다니는기다."
"잊혀진... 뭐?"
"아, 이건 쪼까 니한테 어려웠나. 그케도 잊혀진 천사족 여왕의 증표는 성별이가 안 맞는데... 햄아 몸에는 흑염룡이 봉인되 있어가 그 봉인 마법진을 가리고 댕기느라 목폴라 입고 댕기는기다."
"그건 또 뭔...."
"알따. 하따, 마. 이래서 갓반인이란... 기냥 가릴 거 있어가 입는다. 됐나."
"그놈의 갓반인 타령 그만하고. 형아가 못 알아먹을 소리를 한단 자각은 없는 거야?"
마상 입은 표정으로 툴툴거리며 진실을 고하는 형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쏘아붙이니 입이 댓발 튀어나온다.
"형아, 이럴 때마다 나보다 더 애 같은 거 알지?"
"남자는 늙어 죽을 때까지 얼라다."
"아하,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시겠다?"
그러고 가게 문이 닫을 때까지 시덥잖은 말들을 하면서 언제나와 같이 말장난을 주고받다가 무대에 올라서 가볍게 손을 좀 풀고. 그렇게 언제나와 같은 마지막 일상을 보냈다.
* * *
1 [형아~]
1 [나 언제 갈 수 있어?]
1 [(우는 이모티콘)]
상호형한테 초코톡을 보내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어쩔 수 없이 조금 멀리 떨어진 라이브클럽을 와 봤는데... 라이브도 활발하고 사람들도 북적대지만 영 동하지가 않다. 다 같은 술일텐데 술도 상호형이 주던 것보다 맛없는 것 같고.... 집과 연습실을 뺑이치다 불쑥불쑥 치솟던 상호형 생각에 라이브클럽이나 하우스에 가면 좀 나아지려나 싶어서 온 거였는데... 한숨을 내쉬고 술이나 마시고 있으니 옆에서 어? 하고 누가 아는 체를 한다.
"뱅찬씨 아이가!"
"...어? 안녕하세요, 간만이네요."
목소리가 낯익다 싶더니만 얼마 전에 해체된 직장인 밴드의 드러머다. 야근에 잠겨 죽상이던 얼굴이 좀 핀 걸 보니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친 듯 했다.
"이야, 뱅찬씨 멀쩡해서 다행이구마. 밴드까지 해체되고 하믄서 걱정 쫌 했다 아이가!"
"....?"
밴드 해체 가지고 사람을 너무 나약하게 보는 게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웃이니 다가와서는 아주 중요한 비밀이라도 말하는 양 속닥인다.
"사실... 밴드 해체한 게... 야근 몰아치는 것도 있긴 헌데 우리가 자주 가던 그 펍... 레스피레?"
"Respire요."
"아무튼. 거그가 조폭이 운영하는 곳이라캐가 찜찜한데 거쪽 사람들 눈에 찍힌 것도 있어가... 그래가 여러모로 사정도 마이도 겹친 거 포함해가 그런 이유로 해체된 기다."
"아, 진짜요? 처음 들어요."
"맞나. 장씨가 안 말 해 주드나."
"장아저씨도 내리 야근하고 난리도 아니었잖아요. 완전 다크서클 턱까지 내려오고 죽어가셨는데, 일 때문에 정신없어서 말한다는 것도 잊으셨나봐요."
"맞나.... 맞다. 장씨도 그 때 완전 송장이었제. 암튼, 시설은 좋긴 했는데 보통 찝찝해야제."
그러면서 고개 절레절레 저으며 거리를 벌린 드러머는 어깨를 으쓱였다.
"안 그케도 요즘 그 동네에 조폭들 돌아댕긴다 카던데... 뱅찬씨 집도 연습실도 그 근처 아이가. 지짜 밤길 조심하레이."
"아하하, 네. 안 그래도 다른 분이 걱정해주셔서 조심하고 있어요."
"그건 지짜 다행이구마."
"아저씨도 조심하세요. 회사 가는 길목이잖아요."
"그체. 그래가 내도 몸 사리고 빼앵~ 돌아가고 있제. 덕분에 일찍 인나가 아주 잠 와 죽겄드만."
와하학 웃으며 말하다 일행이 불러서 돌아간 드러머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표정을 지운 채 손에 들린 잔을 마저 입에 털어 넣었다. 댁들이 기피하는 그 조폭이 댁들보다 날 더 걱정해주던데. 무대보다는 그냥 술을 마시러 다닐 때부터 이미 눈치 채긴 했지만 직접 듣자니 내 가게도 아니지만 괜히 입맛이 쓰다. 상호형은 진짜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 열심히 펍을 꾸려나가고 있는 건데. 마약이 나도는 가게도 아니고 개수작에 동조해주는 가게도 아니라서 그 펍에 발도장 찍고 있었는데. 여러 라이브 하우스며 클럽을 전진했던지라 직원이 동조해서 작당모의하던 모습을 여러 번 봐왔던 내겐 오히려 상호형의 펍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안식처와도 같았다. 돈을 찔러 넣으며 바텐더 형한테 되도 않는 윙크를 찡끗이던 쓰레기는 바로 근처에 있던 직원 형에게 제압당해서 내쫓기고 펍에 출입금지까지 당하고, 끔찍한 일을 당할 뻔 했던 여성분에게 조용조용 상황을 설명하고 겁에 질린 여성분을 한동안 직원 형이 호위해주기까지 했었다. 상호형도 상황설명을 듣고 직원 형을 칭찬해줬었고.
'내는 저런 게 지짜 싫다.'
드물게도 인상을 구긴 채 경멸하는 형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안심했다. 그딴 쓰레기들과는 달라서.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펍을 오며 가며, 집도 연습실도 근처다보니 필연적으로 형이 오지 말라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의 속닥거림으로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얌전히 형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 요즘 여 근처에 무슨 파였드라? 장도리파? 족두리파? 인가가 사람 하나 찾는다고 가게들을 싹 뒤지고 있데.'
'뭐, 돈이라도 떼먹었남?'
'잘은 모르겠는데 뭐라캤드라... 아무튼 뭔 쥐×끼 찾겠다고 완전 눈에 쌍심지 키고 돌아다니드만...등치도 산만한 게 그러고 싸납게 돌아 댕기는데 무서버가 몬 살것다.'
'에휴...'
그 소문을 들은 지도 이제 2주가 넘어가고, 어딜 가든 재미라고는 일절 없으니... 위험하단 건 알지만 형이 보고 싶어서. 하다못해 형이 관리하는 펍이라도 먼발치에서 보고 싶어서 계산을 하고 털레털레-. 발걸음을 옮겨 형의 펍이 있는 동네로 걸어갔다. 그러다 외진 골목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에 관계되고 싶지 않아 미간을 찌푸리고 그대로 지나가려 했는데...
"큿... 이 자식들 비겁하게 뭉쳐 다니고 자빠졌네...."
"...상.... 호형?"
".....? 내 환청 듣나."
헉헉, 가쁜 숨을 내뱉으면서도 의아해하는 중얼거림에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장정 셋을 때려 눕힌건지 피를 흘리며 덩치 셋은 쓰러져 있었고 벽에 간신히 기댄 채 배를 손으로 꾸욱 누르고 있는 익숙한 갈색머리는 상호형이 맞다.
"형아! 괜찮아?!"
"...뱅차이...? 뱅차이 니가 와 여길....당분간 오지 말라 캤잖나."
"지금 그게 중요해?! 병원, 병원에 가야..."
가까이 다가가니 배를 누르고 있는 손은 시뻘건 피칠갑이 되어있어, 심장이 쿵쾅거린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119를 누르려는데 상대적으로 피가 덜 묻은 손이 화면을 덮는다.
"거긴, ...안된다. 펍이 제일 가까우니까 펍 까지만 쪼까 부축 해 도."
"......알았어."
놀란 가슴을 심호흡하며 최대한 진정 시켜보며 일단 코트를 벗고 상호형 어깨에 걸쳐주고 모자부터 씌워줬다. 뭐가 됐든 목격되서 좋을 건 없어보였으니까. 그리고 조심히 일으켜 팔을 어깨에 둘러 부축했다. 보통 아픈 게 아닌지 입술을 꽉 깨물고 신음을 참는데 보통 괴로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형 괜찮은 거 맞나? 배에 피가 너무 나는 거 같은데? 죽는 건 아니지...?
"...뱅차이. 햄아 괘안타. 괘안응께..."
"괜찮으면 정신 꽉 붙잡아...!"

상호형의 목소리에 헉! 나도 모르게 참은 숨을 내뱉고는 이를 악 물었다. 펍 못 가는 동안 바짝 운동도 열심히 했다, 이거야. 열심히 형을 부축하고 인적 드문 골목길로 펍에 가자마자 잔뜩 경계태세인 직원 형들이 놀란 눈으로 우르르 몰려온다.
"햄아!!"
"니 괘안나!!"
"ㅌ....스이햄..헌티... 연락 느라."
"아, 알따! 성햄헌티 연락 할테이 햄아는 빨리 2층 올라가라!"
"뱅차이, 햄은 내테 맡겨라."
발을 동동 구르는 직원 형이 손을 내미는 걸 고개 저어 거부하니 상호형이 겨우 입꼬리를 올리며 직원 형들을 달랬다.
"...내 괘안타. 임마도 놀라가..이카니께... 뱅차이 아이였음 여 오지도 몬 했다. 그카니께 느그들은 가게 잘 지키라."
"햄아..."
걱정하며 답답할 모자를 벗겨주며 내게 "햄아를 부탁한다." 그리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 겸으로 쓰는 2층으로 올라가 사무실 안쪽에 있는 작은 방 문을 열고 침대에 형을 조심히 앉혀주었다. 큭...! 고통에 가득 찬 신음성을 흘리는 형의 소리에 가슴이 다 쥐여 짜이는 고통이 느껴지지만 애써 침착하게 덮어뒀던 코트를 어깨에서 치우고 조심히 형의 스카쟌도 형의 협력을 받아 벗겼다.
"형아, 상호형아. 팔 들 수 있겠어?"
이미 한계인지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폭삭 젖은 앞머리가 고개짓에 따라 살짝 흔들리며 피와 함께 땀이 떨어진다.
"옷..잘라라.. 괘안타. 사무실..책상 위에 가위 있다."
"....응."
형의 말을 따라 가위를 가져와 옷을 잘라 벗겨내고, 사무실에 있던 구급함에 든 거즈를 꺼내와 지혈을 위해 환부 위에 대고 꾹 누르는데.. 아..! 형이 참지 못하고 날카로운 신음을 흘린다. 흠칫하고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제 손을 위에 겹쳐서 꾹 내리 누르며 지혈하는 것에 입술을 짓씹었다. 눕히긴 해야 할 텐데....
"혀, 형아. 누울 수 있겠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나머지 손으로 형의 등을 받쳐 천천히, 조심히 형을 침대 위로 눕히는데 배에 힘이 들어가서 아픈 것인지 크흡....! 최대한 소리를 참아내려 하는 형의 모습에 정말 죽을 것만 같다. 형아, 상호형아. 괜찮을 거야. 형아, 일어나서 내 노래 들어줘야지. 나한테 술도 말아주고 신청곡도 넣어주고. 뭔가 이대로 형이 정신을 잃으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옆에서 주절주절, 뚫린 대로 말을 내뱉으며 손 위에 올려진 형의 손에 남는 손을 얹어 형의 손을 꽉 잡으며 영겁과도 같고 괴로운 시간을 겨우 버티고 있으니, 쾅! 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뱉으며 들어온 사내가 날 거칠게 밀쳐내며 바로 상호형의 상처를 본다.
"호야, 괘안타. 햄이 왔다. 햄 왔응께....자도 된다. 햄이 니 자는 새 싹 다 치료해주꾸마."
"스이..해앰....."
형의 앞머리를 쓸어주며 살살 달래고는 결국 고통에 까무룩 기절한 상호형의 볼을 쓰다듬는 손길에 애정이 담뿍도 묻어나온다.
"하이고마.... 호야 이 빙시가.... 햄, 여기 햄 가방."
"오야. 흐차이 니도 차 모느라 고생했다."
"뭘, 이제 햄이 고생인데."
자, 자. 쌍오는 괘안을 거니께. 니가 금마제? 호야가 아끼는 아. 우린 나가서 기다리자. 뒤따라 들어온 사람이 어깨를 두드려주고 등을 밀며 쉬이 발이 떨어지지 내 등을 밀며 방에서 나왔다.
"아들한테서 들었다. 니가 호야 델따 줬다며?"
"....네, 네."
"하하, 혼이 나가삣네. 그케도 정신없는 상태로 호야 델따 줘서 고맙디."
"....진짜 그쪽 지나가서...후우....다행이었어요."
"넘 걱정 마라. 울 태성햄 솜씨 완전 쥑여 준다 안하나. 일단 거.. 뱅차이? 호야 본 위치 알려주고 손 씻으면서 정줄 붙들고 온나."
".....네."
상호형을 발견한 곳을 알려주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그곳을 확인하라 지시하는 걸 뒤로하고 화장실로 가 손을 씻으며 세면대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붉은 끼 도는 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으로 꾹 누르는 사이로 베어 나오던 피, 찢어진 이마에서 나오던 피, 기침하며 입가로 새어나오던 피. 붉은색이 눈앞에 일렁이는 기분에 그대로 물을 모아 촤악-. 찬물로 세수를 하며 정신을 다잡았다. 진정해. 형은 괜찮을 거랬어.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니 좀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에 비치된 수건으로 물을 닦고 나오니 그 새 한 명이 더 늘었다.
"쟨 뭐야?"
"아, 점마가 호야가 말하던 금마예요, 뱅차이."
"박병찬?"
"....안녕하세요."
상호형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아는 건지... 머쓱하기도 하지만 눈 앞의 저 사람은 제게 썩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아 경계하며 인사를 하니 까딱-.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준다. 그 가벼운 고갯짓에서도 태가 나는 걸 보니 저 사람이 그 사람인가 싶다. 어쩌다 외모 얘기가 나오면 꼬박꼬박 상호형이 그만한 얼굴은 죽을 때 까지 못 볼거라 호언장담하던 '수햄'.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 더욱 부각시키는 새하얀 얼굴이 무감히 날 빤히 바라보는 것에 이 자가 상호형이 몸담고 있는 곳의 군림자란 것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저만한 포스는 쉬이 가질 수 없지.
"박병찬. 더 이상 이런 데서 노닥거리지 말고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가라."
하지만 지가 뭐라고 멋대로 이런 소리를 하는 건지.
"원래 있어야 할 곳이라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알아도 모른 척 하고 싶은 거겠지. 기상호가 분명 몇 번이고 말 했을 텐데. 여기 말고 다른 데로 가라고."
"뭐어... 더 큰 곳에 가란 소리는 종종 했지만 어디 제가 그 급인가요. 인지도도 없이 그냥저냥 기타나 튀기고 있는 사람인데."
"하, '급'이라. 너, 기상호가 괜히 그런 소리 한 거 같냐."
기가 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며 똑바로 바라보는 그 눈이 참 서늘하다.
"괜히 계속 여기 미적거리고 엉덩이 붙이면서 애 괴롭히지 마라. 너 아니어도 속 시끄러운 애니까."
그걸 왜 당신이 내게 말하는 걸까. 기분이 나빠지지만 여기서의 내 입지는 한없이 좁으니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면서 언제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저쪽에서 입꼬리를 비튼다. 그러고 너... 입을 달싹이는 찰나에 끼익-. 문이 열리고 안에서 한숨을 내뱉는, 아마도 '스이햄'이라 불리던 사람이 거무죽죽한 얼굴로 고갯짓으로 안을 가리킨다.
"호야 치료 다 끝났소서. 아 자니께 조용히 얼굴만 보고 가소."
"나도 알아."
상호형 치료가 끝났단 소리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상대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선 찢어진 이마까지 깔끔하게 밴드가 붙은 형의 밴드 위를 손끝으로 살짝 쓸어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시선은 형에게 고정한 채로 입을 열었다.
"정희찬, 상호 습격한 새×들은."
"호야가 다 조져놨는데 역시 금마들이드만요. 장도파. 아직은 찌끄레기들인데... 아무래도 금마들, 이게 시작인거 같아요."
"하, 줄 그어진 고양이 새×들이... 희찬아. 그 고양이 새×들한테 전해라. 우리 개×끼 건든 값은 치러야 할 거라고."
"넵!"
경례 자세를 취하고는 스이햄이란 사람과 함께 밖을 나가는 상대는 나가기 전에 내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호야도, 수햄도 나쁜 의도로 말하는 건 아이다. 응원 하는 기지. 내도 응원하고." 그런 말을 남기고 떠났다. 글쎄요, 상호형이야 응원하는 마음이지만 저 수햄이란 사람은 그런 거 같지가 않은데. 말을 삼키고 당당하게 상호형의 곁으로 가서 안색을 살펴보니, 쌔근쌔근-. 사람 속도 모르고 잠들어 있는 얼굴이 참으로도 야속하다. 그래도 생명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 듯 해 안심하고 있으니 조용히 침대에 걸터 앉아있던 상대가 말을 걸어온다.
"야, 꼬맹이."
"꼬맹이 아닌데요."
"내 눈엔 너도 이 똥개×끼도 다 꼬맹이로 보여. 아무튼, 그 마음 접어라."
"왜요, 그쪽이 형 좋아하니까?"
"뭔 ××, 토 쏠리는 소리 하지 말고. 내가 ××, 이 ×끼를 몇 살 때부터 봤는데. 배 뚫린 건 이 얼빠진 놈인데 왜 네가 대가리에 총 맞은 소리를 하고 있지?"
"그치만 그쪽이 그렇게 행동하잖아요. 누가 친한 동생을 그렇게 아껴요."
"우리. ××, 우리가. 씹.. 니가 이×끼한테 눈 돌아간 건 아는데 거기에 우린 끼워 넣지 마라, 어?"
완전 질색하는 얼굴로 얼굴을 팍 구기며 욕을 내뱉는 상대를 보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래놓고 나중에 자기 마음 깨닫고 질척거리는 거 아니야? 의심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니 눈×에서 힘 안 빼? 하고 으르렁거린다.
"하... 진짜 개×같게. 니 눈에는 다 연적으로 보이나본데.... 그런 거 아니니까. 그리고 아까 말한 것들 다 이 멍청이가 못 하는 말 미리 말 했을 뿐이니까 오해하지 마라."
"왜요? 왜 대신 말해주면서까지 경고 하는 건데요?"
"넌 일반인이니까. 그리고 기상호의 빛이니까. 빛은 빛대로 너네 세상으로 꺼지세요, ××. 계속 여기 미적거리면서 이 놈 괴롭히지 말고."
"와, 되게 닭살 돋는 말도 할 줄 아시네."
"이 ×끼 말 인용 한 거다. 그리고 널 직접 보니까 이 놈이 왜 그런 말 한 건지도 알겠고."
"대체 형이 무슨 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 그런 거창한 거 못 되는 사람이에요. 그쪽은 제 무대 본 적도 없으면서 뭘 알겠다고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봤어, 무대."
"봤다고요?"
"그래. 네가 얼마나 여길 자주오고, 얼만큼 무대를 섰는지 전부 다 내 귀에 들어오기도 하고. 애초에 이 펍을 상호한테 쥐여 준 게 나니까. 사장이 자기 가게 보러 온 게 그렇게 놀랍냐?"
그러고 보니 상호형, 여기 사장이 아니라 관리자라고 소개했었지... 이건 몰랐네. 근데 진짜 거슬리네..
"그쪽은 왜 형한테 이 가겔 쥐여 준 건데요?"
"숨 좀 트이라고."
".....?"
"원래라면 이 멍청이도 이딴 곳에서 굴러다니는 게 아니라 무대에 서고, TV에 나오며 노래 했을 녀석이었으니까. 이게 무력했던 우리들이 얘한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어차피 넌 우리들의 이야기를 모르니 이해 못 할 수밖에 없어. 이해하려 들지 마. 어차피 너와 우리는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 그런 말을 하다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상처가 아픈지, 미간을 찌푸리는 형의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고는 두어번 머리를 토닥여준 상대의 눈에는 짙은 죄책감과 함께 강한 책임감이 서려있었다. 할 말은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보이며 걸어 나가던 상대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아, 소리를 내며 뒤를 돌아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녀석 일어나면 전해. 이제 이 펍 접을 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네?!"
"뭘 그렇게 놀라고 있어. 언제 난장판 될지 모르는 상태인데. 접고 몸 사려야 할 거 아니야. 여기 박살나면 속 쓰린 건 쟨데."
"아니, 그치만....!"
"난 말했어. 제대로 전해."
"아니..!! 저기요!"
"쟤 배때기에 난 구멍 다 아물 때까지. 그게 이 펍이랑 네 유예기간이니까 그렇게 알고."
"아니, 뭐 이리 멋대로 구는 건데요?!"
"조폭새×한테 뭘 더 바라는데? 시간을 준다 해도 지×."
아님, 당장에 나한테 내쫓길래? 서슬 퍼런 목소리와 표정에 저 사람이라면 진짜로 그럴 것 같아서 고개를 맹렬히 저으니 쯧, 혀를 찬다. 아무래도 내가 따지려 들면 그대로 내쫓을 생각이었나보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는 상대의 모습을 멀거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저 사람이 하는 말을 따르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맞긴 하다. 조폭들이 찾아와서 깽판을 칠 예정인 곳에 남아서 무엇을 하리. 기껏해야 무대 서 있다가 불똥 튀어서 얻어맞고 붙잡히고 하겠지. 내게 피해가 올 가능성이 큰 걸 이해는 하는데..... 이해가 가는데......
"...어쩌지.... 나 진짜 형 옆에 있고 싶은데....."
형과 같이 무대를 못 서도, 그냥 같이 펍에 앉아 노닥거리며 수다 떠는 것. 그것만 해도 정말 즐거워서 떠날 수가 없는데... 이 곳이 내가 유일하게 형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인데... 저쪽 사람들이 형의 숨이 트이길 위해 쥐여 줬다던 이 펍이 내게도 숨통이 되어주었는데.
"형아.... 상호형아. 어쩌면 좋을까."
긴 숨을 내뱉고는 침대에 앉아 형의 볼을 조심히 쓸어보았다. 답이 돌아올 리도 만무하건만. 되려 그렇기에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형의 옆에 계속 그러고 자리를 지켰다.
* * *
"으으......"
"형아, 정신이 들어?"
"여그... 어데.... 아... 펍......."
"응. 펍 2층 사무실이야. 아픈 건, 좀 괜찮아?"
"뱅차이 내 때매 욕봤다..."
"물부터 마시고."
일어나지 못하는 형을 부축해 겨우 일으켜주고 물잔을 기울여주니 익숙하게도 꼴딱꼴딱, 물을 받아 마신다. 물을 마시고도 피를 많이 쏟은 탓에 어지러운지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워 어깨를 끌어안고 토닥여주니 고개를 부비작 거리면서도 실없는 농담이나 던진다.
"아.. 원래 이런 건 스치지도 않고 피하고 무쌍 찍는 긴데..."
"농담이 나와?"
"그럼, 나오제. 어쨌건 살았제?"
장난칠 때나 짓는 실눈에 혀를 빼어 무는 모습에 실소를 하고 있으니 눈을 끔뻑이다 어깨를 밀며 자세를 바로 한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뱅차이, 거근 왜 왔었나. 당분간 오지 말라 캤잖나."
"...형아가 보고 싶었으니까."
"내가 세팅한 무대가?"
"아니. 상호형아가."
"왐마. 역시 쓰울안가... 남사시럽구로..."
"형아, 난 서울 아니고 인천인데."
"그게 그거지 뭘 까탈스럽게 굴고 자빠졌나. 저그 탐라국처럼 불러주까? 육지 사람아?"
"형아도 육지 사람인데."
"이칼까봐 이 소린 안 할라 캤는데... 에잉, 몰겄다."
김 샜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배에 힘이 들어가 비틀거리는 형을 잡아 일으켜주니 고맙디. 가볍게 인사하고는 비척비척 걸어 옷장 문을 여는데 의외로 목폴라 말고도 검은 셔츠도 걸려 있었다. 셔츠를 꺼내 입는 형을 보다가 시선을 잡아끄는 것에 형이 눈을 뜨면 물어보려던 것을 이제야 입에 담았다.
"형아."
"오야."
"형 이쪽 목에 있는 문신, 그거 어쩌다 하게 된 거야?"
형의 왼쪽 목에 새겨진 여우문신이 있는 위치를 가리키며 물으니 단추를 다 잠근 형이 카라를 잘 정돈하며 날 바라보며 되묻는다.
"어떤 대답을 해주까."
"솔직한 쪽으로."
"흉터 가릴라꼬 했다."
"흉터?"
"니도 내 무신 일 하는지 알잖나. 경동맥 쓱싹당할 뻔했을 때 난 흉터 가린 기다. 햄들이 볼 때마다 미안해해가."
"흉터는 하나도 안 보이는데... 거짓말이지?"
"만져 봐라. 만져보면 티 나니까."
"그런다고 내가 못 만질 줄 알고?"
셔츠 깃을 살짝 당기며 목에 새겨진 여우를 보여주는 것에 가까이 다가가 살짝 손끝으로 여우를 덧그리듯 매만져보니 확실히, 울퉁불퉁한 부분이 느껴진다. 그 부분의 시작점과 끝점을 가늠해보기 위해 손끝에 감각을 집중해 흉터의 크기를 확인해보니 옆을 바라본 여우의 코끝에서부터 머리까지, 목에 난 흉터 치고는 꽤 길게 나있었다.
"아팠어?"
"아프제. 문신이 뭐 싸인펜 갖다 그리는 것도 아이고."
"근데 그런 거 치고는 문신이 진짜 큰데?"
"뭐... 이미 몸 다 봤으니께 하는 소리긴 한데 흉터가 좀 많아야제. 다른 흉터 가릴 겸 크게 잡았다."
"그럼 꼬리부분도 흉터 있는 거야?"
"웅."
"만져볼래."
"이미 만지고 있으면서 뭘..."
어이없어 하는 형을 뒤로하고 여우의 얼굴인 왼쪽 목을 지나 다리와 몸통이 있는 쇄골과 어깨를 지나 뒷목까지. 천천히 만져보니 느껴지는 요철들이 참으로도 야속하다. 그래도 그 감정을 삼키고
"꼭 여우가 형 어깨에 앉은 것 같네."
그리 말해주니 그체? 귀엽지 않나. 하고 웃으며 말해온다.
"근데 왜 여우야? 보통 용이나 호랑이, 뭐 이런 거 하지 않나?"
"귀엽잖아. 글구 용이나 호랭이는 내같은 아는 못 한다."
"뭐 보스들만 한다는 규칙 같은 거 있어?"
"웅."
"그럼 그 '수햄'..? 이란 사람한테도 문신 있어?"
"수햄 왔다갔나?"
"응."
"맞나... 암튼 수햄도 용은 안 새겼다. 정확히 그 때는 못 새겼었다. 그래가 수햄은 대신 늑대다. 원래는 햄들도 딱히 문신 새길 생각 없었는디, 내 문신하고 싶은디 넘 무섭다고 발발 떠니까 햄들이 다 같이 문신 해줬다."
과거의 편린을 내비추며 키득이는 형이 순순히도 예전 얘기를 풀어서 정말 좋은데, ....좋은데 불안했다.
"...래가 흐차이는 내랑 짝 맞춰가 내랑 대칭으로 여우 새기고 다햄은 연어 맛있어가 연어 하고 싶다캤는데 도안이 없어가 연어 대신 잉어로 했고, 째햄은 해태 했는데 햄한티 디자인 맞춰서 주근깨 넣은 해태여가 디게 기엽다. 스이햄이랑 수햄이랑 늑대 겹쳐가 둘이 왁왁대고 싸우다가 스이햄은 까만 아로 하고 수햄은 파란 아로 했는데 색도 도안도 다른데 뭐 그리 싸우고 자빠졌나 싶드라."
"...근데 형아. 원래 형이랑 그쪽 얘기는 잘 안 했잖아."
"뭐, 이제는 니도 제대로 알았잖나. 내 조폭새×인거."
그리고 이제 볼 날도 얼마 안 남았응께. 뒤따라오는 뒷말에 가슴이 시큰거린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응? 그치만 수햄도 왔고, 내 다친 것도 보고 갔을낀데 이제 여서 장사 더 몬하제. 문 닫으라 했을 낀데."
"어떻게 그렇게 단정해?"
"애초에 내는 비전투요원이고 그래 요란하게 입고 댕기는데도 딱히 아무도 나가 지상파 기상호인거 모르는데 그런 나가 습격을 당했다. 이 말이 무슨 말이겠나. 뱅차이, 니는 이쪽 일 잘 몰라도 상황 굴러가는 거 정도는 이해 가능하것제."
"....형 정보까지 전부 다 털려서 몸 사려야 한다는 말...이지...?"
"맞다. 하필 내테 손 댄 쪽이 보통 거물이 아니어가..."
"장도파. 그렇게 말하던데."
"맞다, 장도파. 그래가 뱅차이, 니는 무슨 수가 있어도 다시 우로 올라가야한다."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말하는 형의 모습에 입술을 즈려 물었다. 젠장, 이놈의 빌어먹을 세상은 내 뜻대로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지.
"....안 가면 안 돼?"
"안 된다. 니 입스도 다 이겨냈잖아."
".......뭐?"
"박뺑차이, 이제 현실을 볼 때다."
니 성대결절 수술 받고 노래 부르는 거 겁나가 여 부산까지 내려온 거잖나.
쿵-. 심장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만 같았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안 거지?
"....알..고.... 있었어?"
"이 촌구석이면 모를 거라 생각했나. 나가 비전투요원이긴 헌디... 반대로 말하자면 다른 곳에서 활동한단 말이거든? 지상의 정보통 기상호를 얕보지 말그레이."
"...그럼... 알고 그런 말 했던 거야?"
"? 무신 말?"
고개를 갸웃이며 무슨 소리를 했는지 조차 가늠이 안 간단 얼굴을 하는 형에게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삼키며 우리의 첫 대면을 얘기했다.
"고음에 쫓기지 말고 음 얹으라 했던 거."
"아아~. 그거 말이가. 그 때는 니 몰랐다. 기냥 뱅차이, 니는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뵈가 그랬제."
근데 그걸 여즉 기억하고 있었나.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다른 의미로 심장이 쿵쿵 거린다.
"형아가 그 때 내 무대 처음 봤던 거 아닌가? 그런데도 그렇게 믿었다고? 대체 어떻게? 뭘 믿고?"
"마, 놀란 건 알겠는데 일단 밥 묵자. 햄아 배고프다 안하나."
"...어.... 응..."
형을 따라 식탁으로 가면서도 계속되는 이 쿵쾅거림이 과연 기대인 것인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귀는 못 할 거라며 재단되던 때와 같은 거북함인지 구분이 안 간다.
성대결절,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재발해서 두 번. 스물 하나밖에 안 된 나이에 찾아온 성대결절은 수술까지 받았음에도 스물 셋에 재발까지 했으니 더 이상은 무리일 거다, 그런 부정적인 여론들이 압도적이었다. 기껏 구했던 좋은 밴드 맴버들에게도 폐 끼치는 것 같아서 분위기도 좋고 음악성도 맞았던 밴드를 나가고 부산까지 내려와 혼자 지내며 쉬고 있었다. 그래도 차마 음악을 포기하지 못해 본가에 계신 부모님 얼굴 볼 겸 올라갔다가 기타를 챙겨오고, 보컬까진 무리여도 퍼스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홀로 기타연주를 하고. 가끔가다 이펙터도 쓰고 앰프에 연결 된 헤드셋이 아닌 앰프에서 바로 듣는 소리가 듣고 싶어 연습실을 빌려 기타를 쳤고, 혼자 연습하는 걸 본 정아저씨의 제안으로 어쩌다보니 직장인 밴드에 합류했다가 노래 부르던 버릇 못 버리고 기타를 치며 흥얼거리는 걸 들켜서 보컬까지 하게 되고.
솔직히... 좋았다.
내가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는지 잘 모르면서 이런 제안들을 해준 게.
하지만 두려웠다.
언제 이 시한 폭탄 같은 목이 또 아파와서 무대 중에 노래를 못하게 될지 모르니까.
그럼에도 좋았다.
그냥 듣고 있는 것만으로는 좀이 쑤셔서 결국 손을 움직이고 입을 열게 하는 힘이 있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게 음악이니까.
하지만 이 조그만 취미활동에서조차 버림받게 될까봐 지레 겁먹고 목을 쥐어짜내며 위태롭게 노래 부르던 나날이었는데 그 때 내 앞에 상호형이 나타났다. 시비로 착각했지만 나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사람이 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나에 대해 대체 뭘 안다고 그렇게 한 두 곡밖에 못 들어봤으면서. 어떻게 내가 가능하다 생각할 수 있었던 거지?
"거야 내도 발 담갔었으니께. 아는 만큼 보이는 거 아이겠나. 그라고 이래 뵈도 이 햄아가 듣는 귀 하나는 기깔 난다고 실음과에 소문 쫙 났었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찬장에서 ×반을 꺼내와 전자렌지를 조작해 밥을 데우며 하는 형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뭐? 무슨 과?
".....실음과? 형아 실음과 나왔어? 어디?"
"예중 예고까지 다 나왔...아, 예고는 나왔다 하기 좀 그칸가. 뭐, 그런 기다. 음악이 너무 좋아가 초등학생때부터 음악 붙들고 저그 경기도 성남 사는 친척집에 묵으면서 예중부터 해가 예고까지 들어갔었다. 내도 밴드. 그게 참말로 하고 싶었거든. 그런데 와 지금 이러고 있냐고? 뻔한 얘기 아이겠나. 부모님이 가족끼리도 서지 말란 보증을 잘못 서가. 거기다 오라는 샐리는 안 오고 머피가 손 흔들며 와가 사고로 가족들도 잃고 재산도 날아가고. 그케거 밴드는 커녕 조폭들한테 굴려지면서 겨우겨우 이자나 갚았다. 전대 보스가 쪼까 쓰레기였그든. 햄들 아이였으면 이자 못 갚고 결국 장기 털려가 저그 앞바다 물고기 밥 신세였을텐데..... 음악밖에 모르고 살던 아, 쓸데 있을기라고 줏어다가 키워준 게 햄들이거든."
데워진 햇×에 꺼낸 반찬들로 밥을 먹으며 들려주는 형의 과거는 어떻게 이렇게나 담담하게도 말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괴로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형은 과거의 상처들이 다 아문 것인지 평소 톤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뭐어.... 더 말 해봤자 뱅차이 니 입맛만 떨어질 테니까 내 얘기는 여까지. 아무튼 내도 보고 듣고 배운 게 있었어가 니 가능성을 알아 볼 수밖에 없었고, 내는 이래 못 했응께 내 대신에 니라도 좀 편하게, 즐겁게 놀 공간 있었음 싶었다. 편하고 즐거우니께 노래 부를 때 안 불안했잖나, 뱅차이. 시원시원하게도 쭉쭉 뻗어 나가드만."
"...그건 그렇긴 하지. 그치만,"
"그치만은 없다."
칼같이도 말을 끊어버리는 게 얼마나도 야속하던지.
"아, 형아~! 왜 말을 끝까지 안 들어보고 그렇게 단정하는데!"
"미안하지만, 니도 내도 감당할 수 없는 얘기니까. 내는 니 못 받아준다."
"...그래서야? 그래서 잠깐이라도 나랑 같이 무대 서주지도 않고, 내가 아무리 졸라도 노래 안 해줬던 거야?"
"맞다. 어차피 우리의 끝은 당연하니께. 희망고문 해가 뭐 할 낀데."
"뭘 해도 다가올 끝이면 차라리 후회가 남지 않게 해보고 싶은 거 다 하면 안 돼?"
"...그건 안 된다."
"왜! 대체 왜!! 솔직히 형, 나 완전히 못 밀어내고 지금 이렇게 형 얘기도 터놓고 하면서 나한테 계속 여지를 주고 있잖아. 여지는 주면서 그걸 붙잡으면 안 된다고만 하고. 형 진짜 이기적인 거 알아?"
너무나도 분해서 형한테 소리치니 형이 고개를 살짝 떨군다. 그로 인해 길게 내려온 앞머리가 더욱 표정을 읽기 어렵게 가린다.
"나도 안다. 내 원래 이런 개×레기다. 조폭×끼한테 뭘 더 바라나. 원래 상도덕도 없는 게 나같은 사람 아이겠나."
그럼 대체 그런 말을 하면서 왜 손 끝은 잘게 떠는 건데. 하아-. 깊은 한숨을 내뱉으니 달그락, 다시 식기를 놀리며 천천히 밥을 먹는다. 일단 밥은 다 먹고. ...이틀만에 깬 만큼 배고플 수밖에 없을테니 밥은 먹고 마저 얘기하자고. 와중에 열 받아서 맨밥만 퍼먹고 있자니 수저 위로 반찬이 올라온다.
"...형은 진짜 빙시야."
"응. 내는 빙시다."
"....바보."
"맞다. 내 바보다."
"에휴...."
그래도 뭐 어쩌겠어. 먼저 좋아하는 쪽이 져줘야지. 수저에 올라온 반찬을 떨어트리지 않고 입에 넣고 형의 수저 위로 반찬을 올려주니 형의 입꼬리가 풀린다. ...진짜 바보야. 완전 바보 멍청이.
* * *
"근데 뱅차이, 니 집에 안 가나."
"응. 형아 상처 다 나을 때까지 돌봐줘야지."
"와?"
"그러고 싶으니까."
"그케도... 알제?"
"알아. 형아 상처 다 나으면 다 끝인 거."
"알면 됐다."
"그래서 난 나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쪼까 싫은데...."
"형아는 싫어해도 돼. 그냥 내 억지니까."
어차피 이렇게 될 걸 예상해서 형이 깨기 전에 집으로 가서 갈아입을 옷들이며 세면도구며 다 챙겨왔다. 고민이 길어봤자 후회는 더욱 길어질테니 언제나처럼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할 뿐-. 강제 이별인데다 정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만나는 게 가능은 한 지도 모르는데 그 동안 형 옆에 완전 찰싹 붙어있어야지. 이게 마지막일텐데. 그래서 밥 먹고 양치도 하고 와서는 형의 옆에 앉아 형 손을 쪼물딱 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 손에 뭐 꿀이라도 발랐나. 뭐 이리 쪼물딱 대는데."
"형아 손이 참 크길래 좀 신기해서. 나도 막 작은 손은 아니란 말야."
"낸 내 손 크기 딱히 암 생각 없어가 모르것는디..."
"봐봐. 형아 손이 나보다 마디 하나나 더 커."
형의 손을 쫙 피게 만들고는 손을 마주 겹쳐주며 크기 비교를 해주니 멀뚱히 손을 보다가 손 끝을 구부려본다.
"맞나... 뱅차이 니 손 작네."
"나도 작은 손은 아니라니까?"
"작아 뵈는데."
"나 F1키부터 하면 F12까지는 가거든?"
"건 또 뭐고?"
"손 크기 재는 법 중에 하난데. 여기도 컴퓨터 있으니까 함 해볼래?"
"이미 뱅차이 니보다 큰 데 뭘 또 재고 그카는데."
"형아 지금 졸려서 그렇지."
"웅."
목소리에 졸음이 한가득 묻어나 와서 푸핫! 웃음이 터져 나온다. 맞댄 손을 깍지 끼고 있는데도 손을 빼지 않고 느릿느릿 눈을 깜빡인다.
"형아가 졸리다는데 크기는 나중에 재도 되겠지. 우리 상호형아, 자러갈까?"
"오.... 뱅차이, 햄아 잠 깨라고 그러는 기가."
"왜. 닭살이야?"
"이 봐라. 제대로 돋은 거."
"팔 매끈하구만, 뭐."
"와 이리 사람 근지릅게 막 살살 쓸고 그카는 긴데?!"
"형아 진짜 운전면허증 위조한 거 아니야? 어떻게 그 나이에 이렇게 피부가 매끈매끈해?"
"내가 쫌 한 동안 하제."
"형아는 진짜 얼굴 보면 형아 안 같고 나보다 어린 것 같아. 한... 다섯 살쯤?"
"뱅차이, 니 노안이라꼬?"
"노안이겠냐고. ...........나 늙어보여?"
"...푸핫! 아이다. 닌 딱 니 나이로 보인다. 귀엽구로..."
"형아, 나 귀여워?"
"오야. 귀엽디."
"귀여우면 뽀뽀."
"그건 좀...."
"아아~~! 형아아~! 귀엽다며어~!"
"취소다. 징그럽다. 머스마가 뭐 이리 말꼬리를 막 늘리고 자빠졌노."
"그치만 형아는 이러는 나도 귀여워하면서."
"낸 니맹키로 눈치 빠른 꼬맹이가 싫다."
* * *
"형아, 자?"
"......와....."
"나도 형아처럼 귀 뚫을까?"
"...귀는 갑자기 와...."
"형아랑 같은 피어싱 하고 싶어서."
"......하고..... 싶나......"
"기왕이면 형아가 하고 있는 걸 받아가고 싶긴 한데.... 형아, 자?"
아무래도 상처가 좀 커서 그런지 자주 졸음이 몰려오는 형을 안아들고 침대로 조심히 눕혀주니 쌔근쌔근-. 고른 숨소리만을 내며 잠을 잔다. 그런 형의 화려하게 뚫은 귓바퀴를 가만히 매만지고 있는데, 구멍을 늘리거나 두께가 두꺼운 건 없어서 조금은 신기하다. 이렇게나 많이 뚫으면 귀 안 아픈가... 형과 대화하다보면 종종 눈길을 잡아끌던 귓바퀴를 조물조물, 만지다가 깜빡 잠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침대는 비어있고 담요가 덮어져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 펴고 시계를 보니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아서 형아를 찾아 어깨에 둘러진 담요를 덮은 채 사무실로 걸어가니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갈 열심히 타자 치면서 전화하고 있는 형이 보인다.
"....어. 어, 어. 쪼매만 기달려봐라. 지금 거의 다 되간... 됐다. 흐차이, 메일 하나 갈 기다. 거 봐라. 고맙나. 그럼 여 올 때 달달한 것 좀 사 온나. 나가봤자 짐 될꺼 같아가 여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이고 있자니 입이 심심타. 어. 어. 아아랑 미숫가루 라떼랑. 어. 이따 보자~."
"형아."
"뱅차이 깼나."
"뭐 하고 있었어?"
"일 좀 하나 했제. 니 미숫가루 라떼 맞제? 입 심심해가 흐차이한티 카페 심부름 좀 시켰다."
"입이 심심하면 안 심심하게 해줄 수 있는데."
"그치만 농담 따먹기 하기엔 니 자고 있었다 안 하....이건 재미없는데."
말 하고 있는 형에게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틀고 입을 맞추려 했는데, 그보다는 형의 손이 빨랐다. 형의 손에 가로막혔지만 그 손을 잡고 손바닥에 입맞추며 형을 바라보니 형도 마주 쳐다본다.
"안 돼?"
"봐주니께 한도 끝도 없이 기어오르제?"
"나도 적당히 기어오르고 있는 건데."
"이게 어딜 봐가 적당히가."
"동침도 안 하고, 자는데 덮치지도 않았잖아."
"....뭐, 그건 고맙긴 한데.... 이것도 하지 마라."
"형이 먼저 입이 심심하다며."
"니는 ㅋ...ㅣ...... ㅃ....ㅗ.... 그게 뭐 심심풀이 땅콩이가."
"그것보다 훨씬 좋은 거긴 하지?"
"내한텐 아이니까 이카지 마라."
"싫은데...."
"니가 싫어가 뭐 할낀데. 내가 싫다 카는데."
"진짜 싫어...?"
".........시, 싫다! 치아라!"
아직도 손목을 잡고 있는 형의 손바닥에 잘게 입 맞추니 목까지 새빨개진 채 잡힌 손목을 빼겠다고 버둥댄다. 그러다 배에 힘이 들어간 건지 윽...! 하며 허리를 숙이는 것에 손목을 놔주고 형아, 괜찮아? 하고 물으니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는 고개를 도리질 친다.
"...미안... 형아, ....많이 아파?"
"니는 금면 배때기에 빵꾸 났었는데 안 아프것나.... 으으.... 환자 좀 못살게 굴지 마라..."
"못살게 구는 거 아닌데...."
한숨을 내뱉는 형의 등을 끌어안고 살살 쓸어주니 형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부비작거린다.
"......이케봤자 나중만 더 힘들다 안하나....."
"힘들겠지. 그래도 후회는 없겠지."
맞나... 내 말에 형은 깊게 숨을 내뱉으며 가만히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형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니 고개를 부비작대다가 한숨처럼 말을 내뱉었다.
".....역시 니는 반짝반짝하다. 내는 따라할 수도 없을 만치.... 참으로다가 반짝인다."
"형아 덕분인걸. 형아가 아니었으면 난 라이브 클럽이며 하우스며 여기저기 전전하면서도 우중충하고 까칠한 상태였을걸?"
"에이, 그건 아이다."
"맞는데. 형 앞에서만 이러는 거야. 형한테 구질구질한 채로 남기 싫으니까. 난 형아랑 하고 싶은게 정말 많단 말야. 얼마 안 남은 이 시간동안 평생을 잊지 못할 추억들을 쌓아가고 싶어."
"....그게 잊지 못할 상처가 되더라도?"
"아물지 못하더라도."
".....바보네. 안 아무는 상처가 어뎄나. 언제나 시간은 약이다. 시간 앞에 장사 없데이."
"그럼 더더욱 피할 이유가 없네."
"...맞나..."
"응, 맞아."
"풉! 아야야... 뱅차이 니 내 웃기지 좀 마라... 아으...아파라. 근데, 니 가만 보면 내가 '맞나.'하면 맞다고 대답하드라?"
"그거 그냥 감탄사 수준인거 알긴 한데 그냥 형아가 하는 건 대답해주고 싶어서 그래."
"....하여간에 쓰울아는.... 남사시럽구로..."
"인천사람이라니까."
"내테는 그게 그거랬다."
"알았어, 까짓 거 형아를 위해서는 명예 서울사람 해줄게."
푸흐흐-.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리고는 허리를 꽉 끌어안는 형을 마주 꼬옥 끌어안았다. 축축히 젖어가는 어깨와 잘게 떨려오는 진동에 등을 토닥여주고 있으니 고개를 들어 보인 형의 앞머리 새로 보이는 새빨간 눈가가 안타까워 눈가에 입을 맞추니 유순하게도 눈을 감아온다. 얌전히 감긴 눈꺼풀 위에도 가볍게 입 맞추고 눈물 점에도, 코끝에도 잘게 입 맞추고는 마지막으로 입술을 포개려는 순간,
"호야~! 뱅차이~! 이 행님이 느그들의 당분을 책임지러 왔....는데..."
쿠당탕탕-. 다친 사람이 어디서 그런 힘이 난 건지 입술이 닿기 직전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날 밀쳐내다가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걸 황급히 받아내, 형이 바닥에 넘어지는 건 겨우 면했다.
"...내 타이밍 그지같았나. 쫌만 더 이따 오까?"
"....됐다. 완전 개×팔려 죽겄응께 그 이상 말 하지 마라...."
"금면 후딱 주고 훼방꾼은 사라져 주꾸마."
"더 말하지 말라 캤다, 이 빙시야..."
와중에 배에 힘이 들어가서 너무 아픈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나한테 부축받고 겨우 일어난 상호형은 상체를 옹송그린 채 결국 눈물방울을 퐁퐁 흘렸다.
"...흐차이...뱅차이....근데 내 지짜 배 넘 아프다... ㅠㅅㅜ.)"
* * *
결국 실밥 뜯기 전에 다시 상처 확인하러 온 스이햄에게 온갖 타박을 다 받았다.
"배때지에 또 힘 팍 줘라.. 어? 콱 마 팔 다리 다 침대에 묶어 삔다."
그라고 마! 앞머리 좀 짤라라! 눈 안 따갑드나! 잉잉, 그케도 앞머리 자를 시간이가 없었다 안합니까... 햄아도 내 살인적인 스케쥴 알잖아요. 하여간에 한 마디도 안 지지, 어? 으휴.... 이리 온나. 앞머리 햄아가 이쁘게 짤라주꾸마.
그렇게 자꾸 눈을 가리던 앞머리가 깔끔하게 잘려 형의 눈이 잘 보이게 되었다. 저번에 머리를 반 깠을 때와 세수한다고 세안밴드를 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에 신기해서 가만히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흘끔흘끔 쳐다보다가 결국 눈을 내리 깐 채 웅얼거린다.
"....뭘 그리 빤히 보고 있는 긴데... 얼굴 뚫리것다."
"형아 눈 예뻐서."
"예, 예ㅃ... 무, 무신 소리 하는 기가!"
"그치만 형아 색소 옅어서 눈 색도 갈색인 게 참 이쁜데."
"하여간에 머스마가...남사시럽구로.... 뭐 어데 학원이라도 다니는 기가. 사람을 막 근질거리게 만들고 그러네...."
귀끝을 봉선화 물들이듯 고운 빛깔로 물들인 채로 투덜투덜, 꿍얼꿍얼 해봤자 귀여워 보일 뿐이란 건 생각을 못하는 건지. 결국 못 참고 쪽-. 가볍게 볼에 입 맞추니 흡사 뺨 맞은 사람처럼 뺨을 부여잡고 눈을 땡그랗게 뜬다. 근데 그 모습조차 귀여워서 눈꼬리 휘어 웃으며 반대편에도 볼에다 뽀뽀하니 반대편 뺨에도 손을 올린다. 귀여워.
"형아, 애교 부리는 거야? 꽃받침도 할 줄 아네."
"배, 뱅차이 니 무신 소리를 하는 기가?!"
빽! 소리쳤다가 배에 힘이 들어가서 바로 오만상 찌푸리며 끙끙 앓는 형의 모습에 아이고~. 대신 안타까워하고는 형을 품에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그러니까 손을 꿈질거리다가 허리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파묻는다.
"자꾸 내 소리 지르게 만들래..? 햄아 배 아프다꼬..."
"미안, 미안. 그치만 형아가 너무 귀여운걸."
"하... 알따. 반응하는 게 지는 기지..."
뚱한 목소리로 말하는 게 참으로 귀여워 와하학! 웃으니 웃지 말라며 어깨에 머리를 꿍하고 박는다. 그치만 형아가 너무 귀엽잖아. 고개를 틀어 정수리에 입 맞추니 에효, 한숨을 내쉬고는 내게 기대온다.
"...근데 이제 지짜 얼마 안 남았는데 집 안 구해도 되는 기가."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진 당분간 본가에서 지내려고. 진지하게 다시 밴드도 하려면 연습에 집중해야하니까."
"뱅차이 니라면 충분히 잘 해낼 기다."
"노래 부를 때마다 링크든 파일이든 보낼 테니까, 들어줘야 한다?"
"안 보내줘도 열심히 스밍 해주께."
"진짜지?"
"나가 이래뵈도 한 스밍 했다 아이가."
"약속이야. 잊지 마."
"오야. 뱅차이, 니야말로 제대로 밴드 드가라."
"당연하지."
상처 확인하고 약 바르고 하면서 한 차례 고통이 지나간 뒤다 보니 힘이 쪽 빠진 형은 점점 몸이 내 쪽으로 기운다. 분명 스이햄?이 형은 아프면 잠이 많아진다고 했었지... 형을 안은 채 뒤뚱뒤뚱, 침대로 걸어가니 발 맞춰 움직여준다. 조심히 침대에 눕혀주고 이마에 입 맞춰주니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옆자리를 통통, 손으로 친다.
"같이 자자고?"
"웅. 따끈따끈해가 뱅차이, 니가 옆에 있으면 잠이 솔솔 잘 온다."
"끌어안고 자다가 형 상처 건들 수도 있는데...."
"괘안타. 우리 얼마 안 남았잖아."
"......."
상호형의 상처를 확인할 겸 펍의 폐업신고를 했음을 전해준 스이햄은 앞으로 열흘 뒤, 펍의 짐들을 다 정리하고 상호형을 데려갈 거라 말해주었다. 우리의 끝이 바로 지척까지 다가왔다. 입안이 썼지만 이것도 우리를 최대한 봐주었다는 걸 알고 있기에 투정을 부릴 순 없었다. 원래라면 형이 다친 날, 형을 데려갔겠지. 형도 그걸 아니까 스스로 먼저 내게 요청을 한 걸 테고. 그 요청에 응해 옆자리에 눕자니 아무래도 이 사무실이 생활할 공간들을 다 갖추었다 해도 180이 훌쩍 넘는 성인 둘이 눕고도 넉넉할 정도로 큰 침대를 둘 이유가 없었기에 같이 눕기엔 조금 좁은 침대라 딱 달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좋긴 하지만. 옆에 있으면 잠이 솔솔 온다는 말은 빈 말이 아니었는지,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고 있으니 얼마 안 가 깊게도 잠이 들었다. 치미는 사랑스러움을 주체 못하고 얼굴 곳곳에 입 맞추는데도 쿨쿨, 자고 있는 형을 품에 안고 있으니 나도 졸음이 몰려와 얌전히 수마에 몸을 맡겼다.
* * *
"형, 진짜 베이스 칠 수 있겠어?"
"다친 것도 마이 괘안아졌다. 이 때 아이면 언제 니랑 이래 연주해보겠나."
"그렇긴 한데..."
"그래가 내는 앉아 있잖나. 괘안타. 것보다 무슨 노래 할 지나 생각해봐라."
"그거야 당연히 정해놨지. '토요일은 밤이 좋아' 어때?"
"좋제."
"그럼, 비트 주세요~"
탁, 탁, 탁, 쫘아악~. 관객 하나 없이 서로를 바라본 채, 형의 박자에 맞춰서 기타를 치며 그렇게 반주를 시작했다. 그렇게나 같이 하고 싶었던 형과의 무대. 형과 하고 싶었던 노래들을 하나 둘, 하면 할수록 형과 같은 밴드 맴버로서 무대에 올라 많은 이들 앞에 서있는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형이 반쯤 도발 겸으로 던졌던 'Lazenca, Save Us'도, '하여가(何如歌)'도, '매일 매일 기다려'도 지나 '질풍가도'에다, 형이 혼자 불렀던 '아주 오래된 인연들'까지-. 모든 소절 다 열심을 다해 부르다보니 너무 더워 형도, 나도 겉옷을 벗어던진 채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하다. 연주하다 결국 형도 참지 못하고 화음을 넣고 코러스를 넣어주는데 형과의 목소리 합도 꽤나 좋아서.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싶었다.
"하이고... 확실히 젊은 아랑 체력 차가 나네."
"형아는 다친 거 때문에 그런거 잖아. 나이 탓 하기는."
"뱅차이, 니캉 내캉 앞자리가 다르잖나. 그래가 이제 막 곡 가자."
"알았어. 이번엔 내 쪽에서 먼저 갈 테니까 알아서 들어와."
"뭔 노랜지는 알려주고 드가야제..!"
어차피 들으면 알 거라 피아노와 함께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던 부분을 연주하니 적당한 부분에서 따라 들어온다. 이럴거면서 빼기는. 당황해하던 형을 바라보며 푸스스 웃으며 소절을 입에 담았다.
[상호형,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개사를 해서 부를 줄은 몰랐는지 연주하는 형의 눈이 커진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부를 줄 몰랐어, 형아.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형의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형의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날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아직 1절밖에 안 끝났는데 형의 눈은 벌써 촉촉해져 있었다. 어떻게든 안 울려고 이를 악 물고 있지만 이미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은 다음 소절로 가기 전에도 벌써 투둑, 형의 볼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형아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형의 슬픈 얘기들 모두 형이여]
[형의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날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우리가 악보를 보며 연주하는 미숙한 실력이었다면 분명 악보는 내리는 비로 잔뜩 젖어 제대로 읽지 못했겠지. 나도, 형도 이 정도는 악보 없이 술술 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날 이에게 노래하세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눈물범벅이지만 어떻게든 틀리지 않고, 끊지 않고 계속 꿋꿋하게 연주해나가는 형을 보며 계속 부르다보니 결국 나도 땀과 함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꿈을 꾸겠다 말해요]
[상호형,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노래가 끝나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형에게 기타를 내려놓고 다가가 무릎을 꿇고 바 의자에 앉아있는 형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자꾸 튀어나가려는 흐느낌을 참으며 소리 죽여 울고 있는 형의 얼굴을 조심히 감싸 쥐고 입 맞추었다. 곡을 치는 내내 우느라 숨이 모자라 헐떡이면서도 형은 내 목에 팔을 걸고 있는 힘껏 끌어안으며 하염없이 울었다.
* * *
"...분명 니도 내도 같이 울었는데 와 내만 눈이 팅팅 붓는 긴데."
"그게 불만이야?"
"하모. 불만이제. 외모 불균형 너무 심한 거 아이가."
잔뜩 짓무르다 못해 완전 퉁퉁 부어버린 눈에 냉동실에 넣어둔 글라스 잔을 대 식히면서 투덜거리는 형의 모습을 보니 기운을 차린 것 같아서 안심했다.
"난 형아의 이런 모습도 좋은데."
"웃기니까 좋것제."
"왜 이리 심통이 나셨을까, 우리 상호 형아는."
"왜 낫겄나. 마지막에 그러고 기습을 때려 뿔면.... 하, 씨..."
곡의 여운이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떠올라 버린 건지 글라스 잔 사이로 눈물이 또륵, 흐른다.
"...나도 형아가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형아, 눈물 많구나?"
"큿.. 들키기 싫은 사실을 결국 들켜 삣네...."
"왜에~, 난 좋은데."
이미 미지근해진 잔을 빼내고 얼굴을 붙들고 쪽쪽, 눈가에 잘게 입 맞추니 끄으응, 앓는 소리를 낸다. 뱅차이, 내 눈 따갑다... 아이고.
"아무튼 그건 넘어가기로 하고.... ........이제 갈 기지?"
".....응. 가야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듀엣도 했으니까... 만남이 있기에 헤어짐이 없을 수 없단 거, 잘 알지만 이번 헤어짐은 따지자면 강제라 그런지 눈앞에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노래했으니까. 형에게 하는 노래이자 내게 하는 노래였으니까. 꿈을 위해 가야지.
"가기 전에 아 하나만 데려 가라."
".....애를?"
갑작스런 부탁에 혼란스러워졌다. 형이 말하는 아면.... 바텐더 형? 아니면 입구 지키고 있던 그 직원 형? 여기 직원들 다 형보다 나이 어려서 전부를 '아'라고 하니까 누군지 특정 짓지를 못하겠는데.... 내 신변이 그렇게 위험해진거야...? 그런 내 혼란과 걱정이 무색하게 형은 잠깐 기다리라며 사무실로 올라가더니.... 기타가방을 매고 내려오네?
"Epiphone Sheraton-II PRO. 내한테 있는 것보다는 니 따라 가는 게 임마한테도 좋을기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선물은 이런 거 밖에 없데."
"괜찮겠어?"
"응. 쉐라쨩은 내보단 니랑 같이 여러 음악 하는 걸 더 좋아할 기다."
"쉐라쨩..?"
"에피폰네 쉐라톤이잖나. 그니께 쉐라쨩이제."
"알았어. 앞으로 잘 부탁한다, 쉐라."
가방 안에서 기타를 꺼내보니 바디가 파랗다. 관리를 잘 해둔 건지 먼지 없이 깨끗한 걸 보니 보통 아끼던 기타가 아닌 듯해서 괜히 기타가 더 묵직하게만 느껴진다.
"아. 선물 하나 더 있다."
"?"
"손 줘 본나."
".....??"
형의 말대로 손을 내미니 손 위에 올려준 건 쥬얼리 케이스다. .....?
"아무리 그케도 끼던 거 기냥 주는 게 말이 되나. 피어싱 갖고 싶대매."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
예상치 못한 말에 놀라서 케이스를 열어보니 새까만 피어스 한 쌍이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잠들락 말락 가물가물하던 때였는데 넘 졸려가 말을 못했다. 꿈이었나 싶었는데 뱅차이 니가 자꾸 내 귀 쪼물딱 대가 꿈 아인 거 깨달았다."
"...어떡하지. 진짜 너무 감동인데 난 형아한테 줄 게 없는데...."
"없긴 와 없나. 있잖나."
그러고는 휴대폰을 들고 재생버튼을 누르는데.... 어?
"잠깐만. 이거 녹음했어?"
"처음이자 마지막일 무대니께."
"뭐야! 나도 보내 줘!!"
"이건 인질이다. 니가 제대로 밴드 드가서 음원 내면. 그 때 이거 보내 주꾸마."
"아~! 내기 전까진 못 듣는 거잖아! 지금 보내줘어~! 형이 듣는 걸 나에게도 들려 달라!"
"오~, 이제 짤 응용도 하는 거 보니 마이도 컸구마. 좋다, 하산해라!"
"하산이고 뭐고 파일 보내달라니까?!"
이러는 게 어딨어! 배신당한 얼굴로 형을 바라보니 쿡쿡 웃고는 징징대는 내 얼굴을 양 손으로 붙들고 그대로 쪼옥-. 먼저 입 맞춰 준 적은 없었기에 눈이 화등잔만 해졌는데 가벼운 뽀뽀를 해주고는 날 놔준다.
"인질은 인질인기다. 찬이, 니라면 충분히 좋은 노래 뽑아낼거라 믿는데이~."
그리 말하며 화사하게도 웃어 보이는데, 거기서 어떻게 더 떼를 쓰겠어. 고개 끄덕일 수밖에 없잖아...
"알았어. 진짜 어딜 가든 내 노래가 나올 정도로 엄청 확 떠 줄 테니까. 형은 다치지 말고 잘 지내."
"오야. 찬이 니는 할 수 있을 끼다."
"...응."
약속한 마지막 날에 연주했던 무대와 형을 뒤로하고 위로 올라갈 시간이 도래했다.
"잘 지내, 상호형아. 형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어."
"오야. 내도 찬이, 닐 만난 게 내 최고의 행운이자 행복이다. 조심히 드가라."
형이 준 기타 가방도 어깨에 맨 채, 라이브 펍 Respire와 내 첫사랑을 뒤로 한 채 걸음을 옮겼다. 펍을 나오고 계속 앞으로 걸어 미리 예매한 KTX를 타기 위해 역으로 가는 내내 아까 다 흘린 줄 알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땅바닥에 궤적을 남긴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지만 형의 꿈도 이어받은 주제에 되돌아 갈 수는 없었기에, 내게만 내리는 비와 함께 본가로 되돌아갔다.
"....여보세요? 어, 초원아. 다름이 아니라.... 혹시 근처에 인원 모집 중인 밴드 있니? 어. 다시 밴드 활동 하려고. ....뭐? 너네까지 같이 쉬고 있으면 어떡해..! 이 바보들아......"
* * *
Q. 이번 게스트는 세계를 뛰어넘는 글로벌 아티스트, 한국이 자랑하는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을 모셔왔습니다. 안녕하세요?
A. 안녕하세요, 락밴드 '조형'의 퍼스트 기타이자 보컬인 박병찬입니다.
Q. 박병찬씨의 일대기, 사람들에게서는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사람들 사이에서는 병찬씨의 별명인 'Fox', '박여우', '여우뱅'과 함께 부활의 상징인 '피닉스'가 떠오르고 있어요. 두 번의 좌절을 겪고도 일어설 수 있던 이유가 뭘까요?
A. 음악을 향한 열정-. 도 있긴 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절 응원해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거라 굳게 믿어주고 응원해주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 아니었으면 다시 마음먹기 힘들었을거예요.
Q. 병찬씨에게도, 조형의 많은 팬 분들에게도 은인이시군요.
A. 소중한 인연이자 첫사랑이죠.
Q. 첫사랑인가요(웃음)?
A. 네, 첫사랑이자 끝사랑이지 않을까 싶어요.
Q. 병찬씨 별명인 'Fox', '박여우', '여우뱅'은 목의 문신보고들 붙인 별명인 것 같은데, 목에 있는 여우문신을 새긴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A. 들으면 웃으실 것 같긴 한데... 첫사랑을 잊지 못해 새겼습니다. 여우 문신이 있는 분이었거든요. 제가 따라했어요.
Q. 와.. 문신까지 따라하기 쉽지 않은데... 정말 사랑하셨나봐요.
A. ..네. 정말 사랑합니다.
Q. 그럼 그 첫사랑분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혹시 살짝만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A. 하하, 못 이뤄졌어요. 그렇지만 서로 좋게 헤어졌습니다.
Q. 아...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 이건 좀 강력한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연애계획은...?
A. 없습니다.
Q. 결국 그렇게 되나요.
A. 그래도 팬분들이 주시는 사랑이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저희 조형을 사랑해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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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따, 마. 쓰울 아라 그런지 근질근질하게도 말했네."
"쓰울 아가 아이라 인천 아다."
"그게 그거지 뭘 그러고 세세하게 따지고 있는데."
"뭐, 명예 서울 사람정도는 되 준다 카긴 했는데 인천의 자랑마저 서울에다 주기 쪼까 아깝달까..."
"임마는 뭔 소리람."
"그른게 있다. 우리들만 아는 게."
"허이구? 근데 니도 닌데 점마도 점마네... 우예 10년이 지나도 닐 못 잊나."
"그케도 말이다, 흐차이."
그게 바로 첫사랑 아이겠나.



